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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Mar 05. 2023

파김치양과 무김치군

너와 나의 다른 입맛

바닷가에서 수영은 못 해도 바다에서 나는 것들로 만든 모든 음식을 좋아하는 파김치양이다. 해물찜, 해물칼국수, 해물뚝배기, 해산물 파스타, 생선조림을 먹자는 사람은 사랑스러워 보인다. 모든 김치를 다 좋아하지만 그중에서 파김치를 제일 좋아한다. 그리고 굳이 찾아 먹지 않는 김치는 무김치라 하겠다. 깍두기나 섞박지 같은 김치는 있으면 먹지만 찾아먹지는 않는 파김치양이다. 파김치양의 엄마는 그런 그녀의 식성을 알면서 왜 무김치를 담을까?


파김치양의 어머니가 힘들게 무김치를 담는 이유는 그녀의 사위 때문이다. 딸은 잘 먹지도 않는 무김치지만 김치 잘 안 먹는 사위가 제일 좋아하는 게 무김치다. 딸을 위해 파김치만 담기는 미안하니 무김치도 담아준다. 쪽파를 사서 껍질을 까고 담아야 하는 손 많이 가는 파김치지만 딸을 위해 담아주는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파김치양은 양념도 남김없이 파김치를 다 먹어치운다.

소고기로 만든 모든 것을 좋아하는 무김치군은 소처럼 몸이 크다. 소고기 김밥, 소불고기, 소고기전골, 설렁탕 정도는 얻어먹어야 대접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무김치군에게는 명품 김치를 담는 장모가 있다. 김치 별로 안 좋아하는 그에게는 큰 기쁨은 아니지만 장모가 담아주는 무김치는 좋아한다. 시원하고 달큼한 무김치는 그래도 김치중에 제일 먹을만하다며 그릇을 비운다.

파김치양의 엄마가 딸과 사위를 위해 담아준 김치를 나란히 본다. 어쩜 이렇게 안 맞는 사람과 11년을 살았나 싶지만 무김치군이 아니었다면  파김치양은 평생 익지 못한 채로 맵게 살았을 것이다.  무김치군 덕분에 파김치반 무김치반 닮은 아이를 둘이나 낳았으니 감사해야겠다. 그러니 오늘 저녁에도 원래 별로 안 좋아한다는 사실은 숨기고 무김치를 양보하는 척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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