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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Mar 03. 2023

본판불변의 법칙

잘 생긴 두부에게 없는 것

두부가 못났다. 판두부가 보이길래 사 왔더니 하필 나한테 준 부분이 모서리 부분이다. 네모반듯하지 못한 두부는 어떻게 잘라도 아무리 구워도 모양이 안 난다. 급한 대로 달래 간장을 덮어 두부의 외모를 수리해 본다. 덕지덕지 화장품을 바르듯이 진하게 립스틱을 바르듯이 달래 간장을 덮고 부었다.


"엄마 두부가 이상해"

"뭐가 이상해?"

"두부가 너무 못 생겼어. 구멍도 있고. 맛없어 보여."

처음에는 간장을 찍어먹을 생각이라 구운 두부를 접시에 놓은 걸 보고 딸이 그랬다. 이번 두부는 못 생겨서 먹기 싫다고. 이거 진짜 맛있는 두부라고 말해줘도 딸은 못 생긴 두부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다. 달래 간장을 만들어서 좀 덮어주고 나니 마음이 풀린 딸은 그중에서도 네모 반듯하고 잘 생긴 두부만 골라 먹는다.

"이거 어디서 샀어?"

"야채 가게에서 샀는데 왜? 맛없어?"

"다음에는 마트 가서 예쁜 걸로 사와. 못 생긴 두부 싫어."


처음 먹어본 두부가 마트 두부인 아이, 깡통에 든 분유를 먹고 자라 마트에서 파는 야채들을 먹고 자란 아이에게 판 두부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엄마 어릴 때는 다 이런 두부만 먹었다고. 아침에 작은 점빵으로 가서 두부 달라고 하면 보는 앞에서 식칼로 쓱 쓱 잘라주던 두부라고. 눌러진 부분도 있고 모서리 두부는 늘 못났다고. 정확하게 가를 수 없고 누구는 큰 거, 누구는 작은 거 가져가는 눈치게임을 해야 하는 거라고 했다.


판두부에 대해 설명을 하다 보니 그 시절 아침 풍경이 생각났다. 점빵에서 받아 온 두부가 뜨끈하면 엄마는 아빠를 불렀다.

"보소, 두부 뜨신데요, 간장 뿌리 줄까요?"

"어"

하면 접시에 간장과 참기름만 뿌린 두부 반모가 나왔다. 아빠는 아침 반찬으로 두부만 호로록 드셨고 남은 반모는 도시락 반찬이었다. 기름에 구운, 그것도 계란을 입혀야 두부를 먹던 나는 생두부를 먹어보라고 몇 번씩 권하는 아빠에게 짜증을 냈다. 어른들이 먹는 건 다 맛없어 보였던 그 시절에 금방 만든 두부 한 입을 먹이려 했던 끈한 아빠의 마음을 몰랐다.


이제는 네모반듯한 마트 두부보다 못 생긴 판두부가 더 맛있다는 걸 안다. 계란 입혀 기름에 구운 두부보다 금방 나온 뜨끈한 생두부가 훨씬 맛있다는 것도 알지만 권해주는 아빠가 없다.

 

할아버지는 이 두부를 무척 좋아하셨다는 말을 하자 두부의 외모를 더 이상 비난하지 않는 딸. 눈치 빠른 딸은 엄마가 할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  가끔 눈이 빨개지거나 목이 잠긴다는 것을 안다. 두 말 않고 두부를 집어 먹으며 맛있다고 말해 준다. 한 입 먹어보니 정말 고소하고 맛있다. 마트 두부한테서는 느낄 수 없는 아빠생각까지 하게 해준 판 두부였다. 두부의 외모에 흔들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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