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머니 Nov 14. 2022

경단녀 엄마,  N잡러 되다

엄마, 서평가 되다 - 1

 무보수의 직업 주부에게 좋은 점은 시간이 자유롭다는 것이었다. 급하게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종종거리며 퇴근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으로 가고 나면 여유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런 장점이 단점처럼 느껴지던 그 시기에 책을 만났다.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한심하고 무능력한 나에게 싫증이 나기 시작할 무렵에 책 맛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굳이 책을 먹는단 표현을 할 필요가 있느냐 싶겠지만, 그때는 정말 책을 먹고살았다. 매일을 읽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읽었다. 밥은 안 먹어도 책은 읽어야 살 것 같았다. 답답하고 무료하고 슬프고 억울한 마음이 들면 약 대신 책을 찾았다. 책이 밥이었고 살 길 같았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우울한 마음을 달래 보려고 읽었던 자기 계발서와 긍정심리서는 너무 뻔하고 교과서 같아서 와닿지가 않았다. 일찍 일어나고, 감사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나 나올 것 같은 말이 와닿지 않아 그만 읽어야 할까 싶었다. 이렇게 읽다 보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저자들은 말했지만 몇 권을 읽어도 내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경단녀였고 아이들은 어렸고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책에 나온 성공한 사람들은 그것보다 더한 상황에서도 다 이겨내고 결국 성공했다며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책을 안 읽고 할 일도 없었고 엄마가 책을 읽으니 큰 아이가 따라 읽는 모습에 억지로라도 책을 들고 있었다. 남편도 책을 읽고 있으면 잔소리를 덜 했다. “..........? 아, 책 읽고 있었네.” 하며 자기가 알아서 챙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책 읽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본인은 안 읽어도 책 읽는 사람은 보기 좋아하고 방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남편에게서 자유로운 곳이 책이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고, 책을 먹기 시작했다.      

 

 하루에 1권을 읽기도 하고 한 달에 20권을 넘게 읽기도 했다. 나는 꽤 많은 작가들을 알고 책을 좀 읽고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관심 없던 분야였던 철학과 자기 계발서도 읽기 시작했다. 소설과 시를 좋아하던 문학소녀였다며 학창 시절을 회상하던 아줌마는 성공학서와 부자학 서라는 분야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부자가 있다는 걸 알았고 돈은 대놓고 티 나게 좋아하면 천박하다고 배웠는데 잘못 배웠다는 걸 알았다. 부자학서를 읽으면 당장 부자가 되고 싶었다. 심리학서를 읽고 나면 남편의 행동 원인이 그래서였나 싶어 이해하려고 노력이라도 했다. 정말 조금씩 티 나지 않게 개미 눈물만큼 달라지고 있었다. 가족들이 먼저 알았다. 자주 웃고 덜 화내고 있었다. 1년 정도는 책에 빠져 살았다. 둘째를 낳고 나서 6개월부터 책을 먹고살았다. 모유 수유하고 재운 다음에는 책을 잡았다. 한 달에 20권 정도 읽으면 일 년이면 200권이 조금 넘었다. 80살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내가 다 읽지 못하고 죽을 책들이 아까웠다. 그렇게 책에 빠지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경단녀 엄마, N잡러 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