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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Jul 13. 2023

네가 잘 돼서 가지 좀 쳐줄래?

가지가지한다 - 후속 편

요즘에는 안 쓰겠지. 가지 치라는 말. 라떼는 자주 썼던 말이다. 친구가 소개팅에 간다고 하면 잘해보라며 말했다.

"네가 그 사람이랑 잘 돼서 그 사람 친구랑 나랑  만날 수 있게 가지 쳐줘"

소개팅에 나가서 성공한 친구가 없어서인지 그 사람 친구랑 나랑 안 어울릴 것 같아서였는지 가지 친 친구는 하나도 없다. 지금의 남편은 친구가 소개팅상대가 못생겼다고 외모비하를 하기에 남자 외모 보지 말라는 충고를 했더니 그럼 네가 만나보라며 내게 떠넘긴 사람이다. 그러니까 이건 가지가 아니라 크고 쓸데없는 고목을 덤터기 썼다고나 할까?



세 번째 책을 투고하는 중이다. 두 번이나 투고해 봤으니까 이제 출판사에서 책 좀 내자고 할 줄 알았다. 먼저 제안은 안 해도 투고하면 서로 내자고 할 줄 알았다.

"작가님, 이번에는 우리 출판사랑 책 내주세요."

"정말 잘 만들 수 있어요. 우리랑 하세요."

"당장 계약서 보낼게요. 다른데 투고하지 마세요."

뭐 이런 메일을 기대했지만...

어제도 받은 거절의 메일은 두 번째 책의 전체 원고를 주고받고 하던 큰 출판사였다. 그런 인연도 있으니 원고를 좀 봐달라 읍소했다. 큰 출판사 편집장님은 '저번 책도 서점에서 찾아보았다, 작가님 글이 좋다, 반찬을 소재로 한 에세이 진짜 좋다'면서 그랬다. 아시다시피 우린 경제서 위주라고.

압니다. 알아요. 알아도 보내봤습니다. 그래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메일 한번 보내봤네요. 글이 좋으면 계약을 해줘야지 않겠습니까? 경제서 내다가 지치면 반찬서도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거절의 메일도 보내주지 않는 출판사가 더 많은 걸 알면서도 포기 말고 글을 써라, 내용은 좋지만 출간은 못 해준다는 긴 답장을 받을 때마다 속이 상한다. 당신들 때문이라며 고마운 답장을 보내준 편집자들 탓을 한다.



내가 기댈 곳이 없다. 소개팅 나가는 친구를 붙잡고 가지 치라고 하던 시절처럼 브런치스트들에게 기대 본다. 가지를 좀 쳐달라. 아는 출판사가 있거들랑 소개를 좀 해주고 글이 참 맛있다, 반찬이야기가 잘 팔리겠다고 약을 좀 팔아달라. 내 책 계약하기도 바쁜데 네 책을 내가 왜 홍보해 주냐고 할지 모른다. 혹시 아는가. 내가 잘 되면 당신도 잘 되고 가지가 가지를 치고 그 가지에서 싹이 자라고 잎이 자라서 열매가 열릴지 말이다. 그런 가지에 대해 생각하다 2개 천 원 주고 가지를 사 왔다. 비가 많이 오니 빗소리와 구별 안 되는 튀김소리를 낸다.

파드득 파드닥 푸다다다다다득 파파파파치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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