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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우리 Nov 16. 2022

난 왜 서 있는 차를 긁었을까?

멘탈 바사삭


으아아아아악~~ 쿵

아침 일찍 서둘러 나가던 길이었다. 이른 일요일 아침은 고요했고 도로도 한산했다. 봄날의 햇살을 만나러 가는 길, 난 그 전날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냥 모든 게 싫고 마냥 짜증이 나는 그런 날이 있지 않나? 나 역시 그러했다. 그런 기분으로 운전대를 잡고 아직도 화가 나 있는 상태로 집을 나선 게 화근이었다.

봄날의 햇살이 코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퍽 하는 소리가 나더니 차 오른쪽 사이드미러가 접혔다. 순간 뭐지? 하고 놀란 가슴 부여잡고 그 자리에 내려서 차 상태를 확인했다.

헉 !!!!!! 헉 !!!!!!!!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새 차를 떠나 저만큼의 스크래치 난 흔적을 보니 내 심장에도 저만큼의 스크래치가 난 듯 한 기분이 들면서 심박수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순간 내 뒤에 있는 차를 보고 냅따 뛰어갔다. 그. 런. 데 상대방 차는 나만큼은 아니었다.

상대방 차 벗겨진 부분

운전석 주변에 살짝 벗겨지고 바퀴 주변에 벗겨진 것이다. 내 차는 문짝 두 개가 날아갔는데 말이다.

봄날의 햇살도 황급히 뛰어와 상황을 살폈다. 일단 상대방 차주에게 전화를 걸고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하는데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다. 하필이면 그날 서울을 가야 하는 일정이 있어서 해결을 빨리 보고 가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봄날의 햇살과 번갈아가며 전화를 했지만 결국 받지 않았다. 그래서 난 문자를 보냈다. 꼭!! 연락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서울 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차주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난 서울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야 하니깐 보험처리나 개인 합의 중 편하신 걸로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그 기분 그대로 갖고 서울을 서둘러 가야 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보고, 먹고, 하나도 의미 없는 날이기도 했다. 그날 저녁 차주는 여기저기 알아보셨는지 개인 합의를 원하셨고 비용도 괜찮게 나왔다.

합의금은 20만 원이었다.


천사님을 만났다.

차 때문에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난, 차를 잘 아는 동생에게 오늘 있었던 일과 합의 내용까지 브리핑을 했다.

“언니, 정말 천사님을 만난 거야. 언니 복 받은 거야.”

라고 나에게 말을 해줬다. 정말 다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하니 그제야 조금씩 진정이 되었다. 사고를 처음 겪는 나에게 천사님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정말 감사한 일이다.


차주분과 개인 합의를 원만하게 끝내고 나니 내 차가 문제였다. 또 하나의 숙제인 내 차를 어떻게 하면 잘 처리할 수 있을까? 보험처리를 할까, 공업사에 맡길까? 고민하고 있을 그때 나의 구세주인 봄날의 햇살이 자기가 아는 곳을 알아봐 주겠다며 여기저기 발품 팔아 드디어 공업사를 찾았다.

좋은 공업사들은 세상에 참 많다.

봄날의 햇살이 받아온 견적이 천사님과 같은 비용이었다. 원칙적으로 서비스센터에 맡겨야 했지만 시간 관계상 도무지 맡길 수 없었다. 그래서 난 일단 봄날의 햇살이 받아온 견적 업체에다 차를 맡기고 결과를 기다리는 순간도 편치 않았다. 얼마 뒤 공업사 사장님은 수리가 완료됐다며 나에게 여러 장의 사진을 보내주셨다. 결과는 매우 만족이었다. 좋은 공업사들이 많다는 걸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 수 있게 되었다.

금쪽같은 내 새끼로 돌아옴!!

감쪽같다. 어디가 찌그러지거나 움푹 들어간 흔적들 없이 스크래치만 나 있었기에 공업사 사장님은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새 차로 만들어주셨다. 너무 감사하다.

총 40만 원 비용으로 첫 사고를 마무리 짓고 비로소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 찰나의 순간 그 순간은 아찔하다.


난 그날 상대방 차를 분명 봤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운전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난 무슨 정신으로 그 길을 가고 있었을까?

운전은 혼자 잘한다고 해서 결코 잘하는 게 아니라 운전은 늘 긴장해야 한다. 그래야 나를 지킬 수 있다.

생애 첫 사고에 천사님을 만났고 봄날의 햇살은 나를 따뜻하게 위로해줬다.
좋은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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