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 않고 어제 같이들 있는 자리에서 읽고온 글을 내내 염두에 두고 지내다가 그리며 나온 그림인데요. 호텔 델루나와 도깨비는 제가 아부지 보내고 난 후에 보며 비슷한 강도로 슬퍼하며 눈물 흘린 드라마예요. 그 두 드라마를 두고 그린 그림 중에는 쓸 만한 게 없어서 공저로 참여하는 가을에 나올 책에서 제 꼭지 <델루나와 도깨비>를 생각하면 좀 걱정이 들었는데 왠지 오늘 그림이 괜찮을 거 같아요.
맥문동이 피는 아파트 단지 화단이 이쁘니 그 색도 들어갔고요. 제가 좋아하는 나무도 들어갔네요. 뭐니뭐니해도 호텔 델루나와 도깨비에서 제가 주목하는 소재는 공간인데요. 만월이가 천 년 묵은 혼으로 보이지 않던 산체스의 집과 저승이가 영혼들에게 차 대접하는 집이에요. 저기 집 두 채는 그 집인가 싶어요. 예쁜 색으로 칠해 주었어요. 제 아부지는 저기 두 집에 다 계실 듯해요. 제가 알아보진 못할 수도 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