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 by yang_jio
그때 당시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창 회자되던 시기였다.
1학년 교양으로 그 책을 교재 삼아 수업하는 학교가 정말 많았다.
아직도 의문이다.
어쩌다 미팅 자리에서 “정의”에 대한 정의를 하게 됐는지.
아무튼, 그는 열변을 토하며 정의에 대해, 이윽고 우리의 모임과 사랑에 대해 말했었다.
“잠시 화장실 다녀올게요.”
주선자와 나는 화장실로 갔다.
“죽을래?”
내가 주선자에게 말했다.
“미안해. 나도 저런 폭탄이 나올 줄 몰랐지.”
주선자가 손을 싹싹 빌며 미안해했다.
“네가 처리해.”
나는 그 말만 남기고 화장을 고친 후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기억나?”
나는 산책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오며 그에게 말했다.
“뭐가?”
그가 궁금해했다.
“정의와 사랑에 대한 정의에 대해 열변을 토했던 우리의 첫 만남.”
“기억나지. 나는 너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랬던 거라고.”
“어느 여자가 술 마시고 남자 만나러 나간 자리에서 그런 얘기 듣고 좋아하겠냐?”
“어쨌거나 그 덕분에 네가 내 곁에 있잖아.”
그는 흐뭇한 자신감에 차 웃었다.
“그건 맞지.”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계속 그의 생각이 난다.
술 몇 잔에 취해 정의와 사랑에 대해 주절주절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던 그가.
나는 시나브로 그에게 빠져들었나 보다.
(9화에서 계속)
<단어 줍는 진이령>은 인스타그램 project_jiniryeong 계정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기반으로 적은 연작소설/에세이입니다.
댓글로 단어를 달아주시면 그 단어들을 엮어 연작 소설을 적거나 에세이, 짧은 글을 써보고자 기획하였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