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 by serendidpity_jj411
“오묘하지 않아?”
그가 말했다.
“뭐가?”
“사랑이란 거. 이렇게 네 손을 잡고 있으면 온기와 사랑이 전해지고 마음까지 따뜻해져.”
그는 내 손을 자신의 가슴에 대며 심장 소리를 듣게 했다.
소개팅 이후 첫 만남이었는데 그는 사랑을 논했다.
“너무한 거 아니야? 우리 지금 첫 애프터거든?”
나는 어이가 없었다.
미팅이 마무리될 때쯤 그는 내 번호를 따갔다.
나는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생각으로 별생각 없이 번호를 줬었다.
.
집에 돌아온 후에도 자꾸 그가 떠올랐기에 그가 애프터 신청을 했을 때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이긴 했었다.
근데 벌써 사랑이라니. 손을 잡다니!
“그러니까 오묘하다고. 난 첫눈에 너한테 반했고 지금 사랑을 느껴.”
그는 능글맞은 이야기를 담백하게 했다.
“사귀자”
그는 깔끔하게 구애했다.
나는 뭐라고 답 했을까?
“보리야, 발 닦자.”
산책이 끝나고 나는 보리의 발을 닦아주었다.
그는 빗을 들고 와 보리의 털을 빗어주었다.
“우리 아침부터 눈 치우고 산책하고 힘 많이 뺐다.”
내가 말했다.
“낮잠 자자.”
우리는 거실 소파와 바닥에 누웠다.
보일러를 틀어 따끈한 바닥과 러그의 부드러움이 좋았다.
“난 늘 상희 너를 보면 오묘하다고 느껴. 옅은 갈색의 눈동자, 부드러운 머릿결, 밝은 표정, 행복한 너의 모습. 모든 것이 오묘해.”
(10화에서 계속)
<단어 줍는 진이령>은 인스타그램 project_jiniryeong 계정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기반으로 적은 연작소설/에세이입니다.
댓글로 단어를 달아주시면 그 단어들을 엮어 연작 소설을 적거나 에세이, 짧은 글을 써보고자 기획하였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