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 by min__zi
겨울이 지나 봄이 되었다.
그의 병세는 갈수록 악화되었다.
우리가 모아놓은 돈도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프리랜서 작가로, 그는 병 투병 때문에 수입이 많지 않았다.
그의 병은 유전병인 데다 특수한 케이스라 보험 적용이 거의 되지 않았다.
나는 닥치는 대로 일했다.
나는 반짝반짝했던 우리의 과거를 떠올리는 일이 많아졌다.
젊고 건강하고 행복했던 시기 말이다.
물론 지금도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와 보리와 함께 시간을 온전히 보낼 수 있었고, 수입도 모아놓은 돈도 위기를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무언가 아쉬웠다.
더 잘 살고 싶고 더 건강했으면 좋겠고, 이 행복이 끝나지 않았으면 했다.
“바다 보러 가자.”
그가 말했다.
“좋지. 소금막 가자.”
우리는 차를 몰고 표선 소금막 해변으로 갔다.
“윤슬 참 아름답다. 야호~”
오랜만에 바다로 나온 나는 바다가 울리도록 소리쳤다.
그의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바깥출입은 산책 정도로 마무리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것이다.
“괜찮아?”
나의 걱정 어린 물음에 그는 괜찮다며 미소를 지었다.
건강한 육신을 가졌던 그의 시간이 사무쳤다.
“너 참 반짝거려.”
그가 바람에 날리는 나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
(11화에서 계속)
<단어 줍는 진이령>은 인스타그램 project_jiniryeong 계정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기반으로 적은 연작소설/에세이입니다.
댓글로 단어를 달아주시면 그 단어들을 엮어 연작 소설을 적거나 에세이, 짧은 글을 써보고자 기획하였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