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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줄일수록 관계는 더 가까워진다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by 로드매니저Y

강하게 말하지 않아도 조용히 웃음짓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설적인 농담보다 절제된 말투에 담긴 뉘앙스와 여운이 더 오래 남는 경우가 더 많다. 이른바 과소 표현. 그것은 단지 말이 적은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지키며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는 가장 섬세한 방식이다.


"괜찮아"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때는 좀 바보 같았어"


이런 말들에는 극단적인 감정의 쏟아냄이 없다. 오히려 감정을 정제하고 상대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만 보여주는 태도가 담겨있다. 이것이 과소 표현의 진짜 힘이다.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공감을 초대하는 방식인것 같다.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보다 암시와 공감을 통해 더 자주, 더 진심으로 웃는다. 함께 느낀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깊은 연결이다. 그래서 절제된 표현은 오히려 더 큰 의미를 만든다. 과소 표현은 거리두기이자, 다가섬이다. 감정과 사물, 관계와 사건 사이에 나만의 내적 공간을 확보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실망은 덜하고, 내 잘못도, 남 탓도 아닌 그저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기대 대신 기회를 주는 태도, 그건 삶을 훨씬 유연하게 만든다. 말하지 않아도 알수 있다는 말이 주는 위로가 있다. 이런 식으로 삶을 조금씩 덜어내고, 서로에게 부드럽게 기댈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게 어쩌면 진짜 성숙한 공감의 언어일지도 모른다.


지난 주말, 야구소년의 경기를 보러가서 속상해 하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괜찮다고, 기다리자고 말하지만 보여주고,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훈련하는 아이의 삶이 그날 따라 힘겨워 보였다. 괜찮아. 다음에는 더 잘할거야. 이런 말들이 어쩌면 가장 힘든 말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서 나도 상대방도 그것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조용히 꾹 눌러 담는 순간에 무언가 남는다. 처음 본 야구소년의 모습이라 낯설고 마음이 아팠나보다.


그렇게 야구소년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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