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dio Garden' 앱과 '쇼난 비치 FM'을 중심으로
아침에는 쇼난 해변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무슨 말이냐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일본의 해변가에 위치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흘러나오는 재즈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 바로 ‘라디오 가든 (Radio Garden)’이라는 앱을 통해서다.
‘Radio Garden’ 앱을 알게 된 건 순전히 라디오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라디오 키드로 자라나 지금까지도 라디오를 찾아 듣는 나는, 이제 국내 라디오를 듣다 지쳐 해외 라디오를 검색해보게 되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이 앱이었다.
파란 지구 모양의 앱을 누르면 3D로 된 둥그런 지구가 뜬다. 지구 위에는 대륙마다 연두빛깔 점들이 빼곡하게 박혀있는데, 이 점들은 바로 전파가 있는 ‘라디오 스테이션’들이다. 엄지 손가락으로 지구별을 돌리다가 특정 대륙의 특정 도시를 선택하여 멈추면 그 지역의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온다. 미국, 유럽, 아프리카, 러시아, 심지어 북한까지. 바로, 지금, 오늘, 이 시간의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동기화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낭만적이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 좋아졌다’는 낡은 말을 절로 하게 됐다.
센스있는 앱 개발자는 각 나라별 ‘시간’까지 표기해두는 섬세함을 발휘하였는데, 시차가 있는 지역은 저녁 시간에 점심을, 밤에는 아침을 느낄 수 있어 흥미로웠고, 마치 순간이동을 하여 그 지역을 느끼고 있다는 재미마저 주기 충분했다. 언어는 알아들을 수 없어도, 선곡되는 음악들을 통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 중 정착하게 된 라디오 스테이션이 있었으니, 바로 ‘쇼난 비치 FM’이다.
쇼난 비치 FM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유튜브를 통해서였다.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음악을 듣다보니 유튜브가 쇼난 비치 FM이 운영하는 채널을 추천해주었고, 음악을 들었는데 취향 저격이었다. 주된 장르가 재즈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우연히 깔게 된 Radio Garden 앱에서 일본의 라디오를 들어보다가 쇼난 비치 FM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고, 그 때 흘러나온 보사노바 음악은 나의 귀를 다시 한 번 사로잡았다.
쇼난 비치가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무려 슬램덩크의 배경이 되는 해변이었다. 최근 국내에 슬램덩크가 대유행을 하며 인기를 끌었는데,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 쇼난 비치 FM에 끌리게 된 것이 흥미로웠다. 쇼난은 가나가와현 사가미 만의 해안을 따라 형성된 지방으로, 도쿄와 요코하마 도시권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긴 해변의 도시였다. 일몰이 아름답고, 서핑 명소라고도 하는데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또, 그 곳에 정면으로 위치한 소박한 라디오 방송국 건물과, 그만큼 있는 그대로의 지역 감성을 선곡으로 풀어내는 라디오 방송국의 낭만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듯했다. 꽤 오래된 지역 방송국인데, 나처럼 재즈를 좋아하는 지구별 여행자들의 구미를 당기기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즈는 비인기 장르이다. 음악만 들어서는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락이 생기면 이해는 달라진다. 해변가에서 듣는 재즈라,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다. 어떤 음악이 나오든 기분 좋게 들을 것 같은 장소인데 게다가 재즈라니. 아침에 눈을 떠서 회사에 부랴부랴 출근하는 직장인이 마음의 템포를 늦추기에 충분한 선택이 아닐까? 언제 어디서든 쇼난 해변으로 떠날 수 있는 치트키가 ‘Radio Garden’ 앱에 있다.
음악평론가 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