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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성 Sep 13. 2022

마음 속 돌맹이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쩐지 며칠 마음이 좋지 않다. 이런 흐름의 끝에 스러진 날들이 여럿이였기에, 분분히 날리는 마음의 강물 위에서  실처럼 가느다란 줄을 타는 줄타기가 시작되자 살짝 긴장감이 인다. 떨어지지 않으려 좌우 수평을 맞추다보면 현기증이 나기도 한다.

 원인이 있었을텐데 원인을 느낄 수가 없다. 의식층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그 원인을 느낄 수 있지만, 무의식층에서 일어나는 일일때는 좀처럼 정체가 드러나지 않고 괜한 무드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 정체를 밝혀내 뿌리채 뽑아버리고 싶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빙산의 구조처럼, 얕은 나의 의식으로는 깊고 묵중한 그곳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잠을 자는 동안은 깊고 깊은 꿈을  꾸게 된다. 기억하는 꿈도 있고 기억하지 못 하는 꿈도 있다. 기억하는 꿈조차도 왜 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무의식은 알 수 없기에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나를 둘러싼 집안 배경 흐르는 집단 무의식부터 사회에 흐르는 집단 무의식, 내 개인의 무의식 등이 하나의 응집체를 형성했기에, 장구한 역사와 방대한 범위가 이룬 자아의 깊은 곳을 해부하란 불가능에 가까울지 모르겠다.

 그래서 알 수 없는 무드가 흐르는 날에는 이렇게 타자를 친다. 깊은 빙산의 전체를 볼 수는 없지만, 흩날리는 의식층에서 날리는 것들을 가라앉히기 위함이다.

 때로는 생각지 못한 곳에 선물같은 메시지가 숨어있곤 한다. 그래서 정체하기 보다 떼어본 발걸음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고는 한다.

 마음속 묵중한 돌덩이의 이미지를 찾아 제목글에 올리고자 검색을 하던 중, 평화로운 느낌을 전하는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기도하는 돌처럼, 하나 하나 돌맹이들이 쌓아올려진 사진. 그 순간 마음 속에 청량한 바람이 불며,  마음의 불길에 타들어간 가벼운 재들이 차분히 가라앉음을 느낀다.

 가슴길을 막던 무거운 돌들을 장애물로 느끼던 관점과 그 돌들이 간절한 소망을 불러일으킨 시간이 교차했다. 돌덩이를 인식하는 때마다 그 돌덩이에서 해방되고자 했던 나의 소망도 함께 일어났으리라. 그 소망이 한 층 한 층 쌓여 지금의 나를 이루었으리라. 어찌 할 수 없었던 신기루 속에서 길을 찾기 위해 나는 멈추어 돌을 쌓아갔으리라.

 아직도 그리고 먼 언젠가에도 답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답을 찾기 위한 길이 아닌 질문과 함께 걷는 길 위에서 새로운 길이 열려질 것이다.

 매일 아침 용수스님의 글을 받아보고 있다.

마음을 닦는다는 것은
보는 눈을 닦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 받은 문장에서 나의 눈을 느껴본다. 그리고 마음의 흐름을 막고 있던 돌을 살짝 들어 소망의 돌 한 층 더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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