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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성 Oct 30. 202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핼로윈

차마 글로 쓰는 것조차 슬퍼, 쓰지 않으려다 애도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조심스레 글을 써본다.

깊은 마음 모아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문 밖 죽음과 무관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었고, 아무 잘못도 없는 무고한 젊은이들에게 일어난 일이고, 즐거움을 찾아간 곳에서 발생한 참사이기에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픔과 황망함이 몰려온다. 이 처참함을 감당해야 하는 유족들에게 깊고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10대와 20대. 이제 막 봉우리를 피우기 시작한 꽃송이가 졌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해에 그 자리에 있어봤기에 현장의 상황이 눈앞에 그려진다. 아이들과 핼로윈을 즐기기 위해 방문했던 이태원은 그때도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당시는 골목은 괜찮았지만 대로에 인접한 도로는 만원 전철과 같았다. 그런 상황을 경험해봤기에 올해는 더 많은 인파가 몰리리라 예상은 했다. 코로나가 지나고 몇 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을 테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즐길까 싶었다.

그런 마음은 중학생인 우리 아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라, 몇 주 전부터 핼러윈이 되면 이태원을 가자고 조르고 있었다. 어제도 너무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만류했다. 올해는 분명 사람이 너무 많을 것이라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게 얘기를 정리하고 집에서 한가로운 저녁을 보내며 더리슨이라는 예능프로를 보고 있는데, 한 가수가 노래를 부르려던 찰나 갑자기 화면이 바뀌었다. 뉴스특보가 뜨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그때까지는 사망자에 대한 보도는 없었기에 정말 사람이 많았구나 하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안 가길 잘하지 않았냐고, 엄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는 말을 아이들과 나누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면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을 목도하며 말문이 막혔다.

몇 시간 후 남편의 전화기에 카톡이 울린다. 부고 소식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소식을 전해 듣고는 눈물이 핑 돌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타 부서 부장님의 외아들 소식이다. 군대를 갓 제대고 복학을 앞두고 있었는데.......

아직도 실종자 신고는 4천 건에 달한다. 중복신고로 인해 부풀려진 숫자이길, 부디 더 이상은 사망자수가 늘지 않기를 간절히 바 뿐이다.


인터넷 기사를 살피다 또 다른 슬픔을 느끼게 된다. 너무 단편적이고 일방적으로 댓글을 던지는 사람들, 함부로 달리는 악플들, 근거 없는 마약 연루설,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하는 사람들. 이들의 댓글에는 한결같이 말하는 자신만 있고 듣는 상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말하는 입만 있고 듣는 귀는 없다. 어느 시대에나 어느 사회에나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늘 존재해 왔음을 알고 있고, 소수의 독이 문화를 뒤흔들지는 않으며, 선과 악의 공존 원리도 수용하는 입장이지만, 사람의 생명 앞에서도 한결같이 가볍기만 한 그들의 양심과 얕은 사고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가련하기 그지없는 영혼들.

11월 5일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했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만이라도 제발 스스로 양심의 재갈을 입에 물리고, 침묵의 포승줄로 손을 묶기를 바랄 따름이다. 정 입과 손이 근질거리면 자신에게 닥친 일이라고 가정하여 상상력이라도 발휘해보기를.


빛과 그림자가 붙어있듯 삶과 죽음도 찰나의 경계를 두고 있는 것만 같다. 한동안은 그곳을 가지 못할 것 같다.

부디 죽은 자와 남겨진 자 모두에게 신이 함께 하시기를.

삼가 고인의 명복을 깊은 마음 모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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