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일어나는 작은 울림에 대한 소중한 알림
여긴 비가 옵니다.
근 한 달이 지나 또 찾아온 이 소중한 공간에 여러분께 작게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망설이다가 꺼내보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저라는 사람에게서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 있거든요.
살면서 처음이고, 또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억에 남을 순간을 요즘 겪고 있습니다.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갈까 벌써 아쉬울 정도로요.
요즘은 반지를 낀 손이 부었다가, 다시 부기가 빠지기를 반복하는 그런 일상입니다. 잠에 쉽게 빠져들고, 꿈도 없이, 남편의 뒤척임에도 크게 놀라는 법 없이 계속 잠을 청할 수 있게 됐어요.
피곤하고, 한 층 더 예민해진 감각으로 조그맣고 귀여운 것들에는 더없이 쉽게 무장해제 되는 중입니다.
일터에서도 숱한 일들에 감정소모를 하지 않는 법을 연습하고 있고, 어제 처음으로, 한 70퍼센트 정도는 성공한 하루였기에 매우 기뻤습니다.
이 업계에 7년 정도를 종사했는데 그게 이제야 됩니다. 그동안은 요령도 없이 얼마나 진심만 쏟았던 건지, 좀 허탈해지고... 그러나 그만큼 좋은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되었기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제 몸에 조그만 우주가 생겼습니다, 여러분.
일터에서 확인을 하고 처음에는 믿기지도 않고, 어안이 벙벙해서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퇴근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라고 하기에는 꽃다발 사서 어머니와 신랑과 그날 집에 오던 동생에게 전한 소식...)
꽃을 선물한 건 잘한 것 같아요. 태어날 아기가 축하받길 원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제 자신이 어지간히 꽃을 좋아하는 터라...
신랑이 미친 사람처럼 웃어주고 안아줘서 좋았습니다. 일부러 모든 반응을 녹화했는데 즐겁고 행복했어요.
왜 유튜버분들도 기획하는지 알겠더라고요. 혼자 소장하는 거라도, 이렇게 순수한 반응들을 보여주는 모두의 모습이 기록되니 여러분에게도 추천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께는 감사할 뿐이었어요. 세상에, 하고 튀어나오는 반응과 눈물을 보며 내 부모님이 내게 그랬듯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
먼저 결혼한 친구의 임신이 얼마 전이라, 축하하다 말고 장의 임파선이 붓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하고 일주일간 쉬기도 했습니다. 그게 벌써 2주 전이네요. 그때 이 아기가 절 끌어다 병원에 둔 건 아닌지 하는 의미 부여도 해 보고... 참 신기한 요즘입니다. 걱정을 좀 했는데, 제가 알게 된 주 차가 4주 차이기에 산모에게 투여한 약이나 복용한 것들은 상관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매우 확실하게 말씀해 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면 또 아가를 만나러 갑니다. 뱃속에 있지만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관계로 만나는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병원에 처음 방문한 건 한 주 전이고ㅡ성질이 급해 바로 다음 날에 혼자 갔었습니다만ㅡ이번 주는 남편과 함께 가려고요. 집에 여러 자동 시스템이 있다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정성을 쏟아주는 남편에게도 많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임산부 관련 유튜브 링크를 몇 개나 보내는 거야...)
아주 자연스레 커피도 끊고, 아무리 시원하게 넘어가는 맥주 광고를 보아도 전혀 와닿지가 않습니다. 저도 제가 이럴 줄 몰랐는데, 근래에 놀라운 발견을 했더니 사람이 바뀌네요. 저희 어머니도 그랬겠죠... 요즘은 무얼 하든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세상에 있는 다양한 기회와 많은 경험들을 해 보면서 저도 자랐듯, 이 아이에게도 넓은 세상을 알려주고 싶은데 지금 마음은 '넘어지지 말고 커라'는 속상하지만 말 못 할 것 같습니다. 넘어져야 가르침의 소중함도 알고, 몸소 느껴봐야 변할 계기라도 얻을 테니까요. 작은 생각들이 모여서 요즘은 평소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아기가 조금 있으면 '우리 엄마는 생각이 많은 인간이군'하고 인간 군상 카테고리들을 분류하려나... 싶습니다.
태교는 다른 게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오히려 '절대 안정'보다는 운동도 조금씩 (무리하지 않는 선) 해 주고, 건강한 음식들을 먹고, 커다랗거나 소소한 충격을 자주 받지 않기, 정도로 정했습니다. 덕분에 이번 여름 여행 계획은 조금 더 근거리로 고려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한 가지. 절에 더 자주 가고 싶다고 남편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얼마 전에도 다녀왔는데 물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절 한편의 풍경을 보면서 근심까지 씻겨 내려가는 기분... 여름이니까 풀벌레 소리와 바람 소리도 한몫하고요.
잘 키우겠습니다.
아직 성별도 모르고, 이 존재가 어떤 모양새를 하고 태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지금 품고 있는 시간을 귀하게 여기면서 여러분이 제게 주시는 관심과 사랑만큼 더 씩씩하고 건강하게 키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신, 사담 -
1. 제 개인적인 사담의 첫 순서는, 23년 2월 22일부터 시작한 (왜 이 날부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2가 좋았나..?) 소설이 곧 마무리됩니다. 제가 게을러서 한 오 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2. 여러분 냉방병 조심하세요. 여름에 고온을 맛보고 싶지 않으면...
3. 명상을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하루 몇 분이라도. 뜬 구름 잡는 소리 같지만, 정말로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사는 속세의 시끄러운 소리...
4. 체내 양수 온도를 올릴 수 있다고 당분간 반신욕 금지입니다. 슬퍼요. :(
5. 건강하세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