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의 키포인트!
누군가의 첫인상을 결정해 본 경험이 있는가? 생각해 보면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첫인상이라는 것을 경험하며 산다.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처음 보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타 부서나 거래처 직원과의 만남, 고객을 만나는 직업이라면 고객과의 모든 접점에서 첫인상이라는 것을 경험한다. 필자 또한 5년 동안 매 비행 300명가량의 승객을 마주하며, 또 비행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바뀌는데, 그 동료들과 한 비행기에 탑승하며 첫인상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3초도 되지 않는 빠른 순간에 거의 자동으로 결정되는 첫인상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또 많은 것을 결정해버리기도 한다.
면접이라는 짧은 순간에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는 첫인상이 더욱 중요하겠다.
그렇다면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UCLA 명예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에 따르면 첫인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시각적인 요소이다. 무려 55%를 차지했다. 시각적인 요소란 용모, 표정, 시선, 자세, 제스처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말한다.
필자가 만난 교육생 중에 교육청에서 근무하시는 분이 계셨다. 회의나 보고 때 자신감 있고 신뢰감 있는 말하기를 위해 스피치 교육을 수강하던 분이셨다. 스피치 수업은 특성상 자신이 하는 일, 개인사 등등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수업이다. 이분과도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임용고시 면접관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임용고시를 위한 면접 코칭을 하고 있던 차에 귀가 솔깃해서 이것저것 여쭙기 시작했다. 특히 수업 시연에 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필자: “박 선생님, 수업 시연이면 내용 구성이나 수업 진행, 아이들의 수업 참여도 등등이 중요하겠네요?”
교육생: “네 중요하죠.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내용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고 준비가 가능한 것들이어서 대개 비슷비슷합니다.”
필자: “그렇겠죠. 그러면 선생님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시나요?”
필자의 질문에 박 선생님은 매우 뜻밖의 이야기를 하셨다.
교육생: “저는 면접자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머리 모양과 신발을 봅니다. 머리가 흘러내리지 않고 단정하게 고정이 되어있는지, 또 너무 굽이 높거나 서 있기 불편한 신발을 신고 있지는 않은지를 봐요. 종일 서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사람인데 멋내기용 구두는 좀 곤란하죠. 그 두 가지를 보면 지원자의 마음가짐,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 교사가 지녀야 할 자질 등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죠.”
필자: “역시, 그렇구나.”
필자와 매우 비슷한 생각을 하는 면접관을 만난 것이 매우 반갑기도 했고 조금은 놀랍기도 했다. 그리고 필자가 면접 코칭을 받는 교육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교육생들은 마치 우주의 새로운 이론을 접한 듯한 표정들을 하곤 한다. 기출문제에 목숨 걸고 정답? 을 적는 것만이 살길인 양 달달 외우고 있는데, 머리와 신발이라니. 맥이 탁 풀린 느낌일 것이다.
학교 특강 중 전직 대기업 임원을 뵌 적이 있다. 필자는 임원분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임원분의 답변은
“인성이요. 인성이 가장 중요하죠.”
인성.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한 사람의 인성을 알 수 있을까? 알 수 있다. 면접관들도 사람인지라 실수하는 일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정확하다. 필자 역시 면접 교육을 받으러 온 교육생과 10분간의 대화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인성이라는 것이 단순히 말의 내용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화할 때의 표정, 눈빛, 손짓, 말의 속도, 목소리의 크기, 등 면접자의 걸음걸이, 앉은 자세,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서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하고 있다. 당신의 몸이 말을 한다. 상대는 당신 나이의 두 배 혹은 그 이상이나 되는 기업의 임원이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경영인의 눈은 날카롭고 예리하다. 아무리 두꺼운 가면을 쓰고 포장을 한다 해도 그들의 예리한 눈을 속이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 우리가 위에서 살펴본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각적인 요소는 단순히 멋지고, 잘 생기고, 늘씬하고, 키가 크고, 작고를 본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너머에 있는 한 사람의 본질인 태도를 본다는 의미이다.
‘만약 동료의 실수로 내가 피해를 본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지원하는 직무와 기업을 막론하고 교육생들이 매우 당황하는 질문이 몇 가지 있다. 그리고 어떤 답변이 나오는지를 보면 단적으로 그 친구의 인성이 파악된다. 면접관들이 매우 좋아할 법한 질문이다. 그리고 수많은 기관과 기업에서 실제 물었던 질문이기도 하다. 당신이라면 무엇이라 답변하겠는가? 대부분 교육생의 답변은 이렇다.
교육생: “일단은 상사에게 제가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필자: “실수한 동료에겐 뭐라고 하시겠어요?” (꼬리 질문)
교육생: “실수이기 때문에 크게 뭐라고 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필자: “그것이 반복된다면요? 혹은 고의로 나에게 떠넘긴 것이라면요?” (꼬리 질문)
교육생: “아, 그러면......”
자신의 말에 확신 없는 눈동자는 흔들리고,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스치는 것을 본다.
한 여학생은 똑같은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교육생: “실수로 인해 잘못된 일 처리를 먼저 하겠습니다. 저와 동료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하고, 힘들다면 상사에게 보고해 도움을 받겠습니다.”
필자: “동료에겐 뭐라고 하시겠어요?” (꼬리 질문)
교육생: “저 또한 사람인지라 언제든 실수는 할 수 있으므로 크게 개의치 않을 것 같습니다.”
고졸 사원으로 LH공사에 당당히 합격했다.
차이는 답변 스킬이 아니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에 있다.
태도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본인이 내놓는 답변이 들리지 않는다. 태도에서 끊어지는 것이다. 면접관에게 도달이 안 된다는 말이다. 그것이 도달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은 태도에서 온다.
KBS 프로듀서 최종 면접 때 일이다.
필자의 교육생은 30대 중반으로, 보통의 신입사원 지원자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다. 면접 연습을 할 때도 그 부분에 초점을 맞췄었고 예상대로 나이에 관한 질문이 반 이상이었다고 했다.
압박 질문을 받은 것이다.
“신입사원으로는 나이가 많은 편이잖아요. 본인보다 나이 어린 선배와의 관계가 괜찮겠어요?”
를 시작으로 압박 질문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래도 너무 많은데.”
“아니 본인은 괜찮을지 몰라도 우리가 불편하다고요”
‘아니 뭐 이런’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끝까지 예의 있고 한결같이 답했고 결국 최종 합격했다. 20대 중반부터 10년 동안 언론고시를 준비했고, 때로는 논술에서, 면접에서 10년 내내 탈락을 경험하면서 이제 더는 원서도 넣을 곳이 없어서 그나마 나이 제한이 없는 한국방송공사 KBS에 마지막 지원을 했다. ‘나이가 많아도 할 수 있습니다’라는 그의 말에는 10년간의 무게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를 합격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이렇듯 본질은 얄팍한 답변 스킬이 아닌 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