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놀이하러 숲 속 도서관 가자
내가 좋아하는 도서관 (1) 삼청동 숲 속 도서관
"그동안 갔던 도서관 중에 가장 좋았던 곳. 딱 한 곳만 고른다면 어디가 제일 좋았어?"
아이들에게 물었다. 네 아이들 모두 "삼청공원 숲 속 작은 도서관"이라고 입을 모아 대답했다. 큰 규모의 다양한 도서관이 많았는데, 아이들은 삼청공원 숲 속도서관이 최고라고 엄지손을 치켜세웠다. 말 그대로 북촌한옥마을 끝에서 북악산 산책로로 이어지는 곳에 자리한. 매점을 개조해 만든 작은 도서관이다. 숲이라는 자연과 책이라는 전혀 다른 사물이 잘 어우러지는 곳. 아이들 말로는 "아늑하고, 따뜻하고, 포근하고, 재밌는 장소"란다. 우리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2018년 12월 미국 최대일간지인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삼청동 숲 속도서관'을 21세가 첨단 문명 세계가 추구해야 할 '사람중심의 혁신의 정수'라며 소개한 바 있다.
" 1년 전 서울에 있는 삼청공원 숲 속 도서관에서 혁신의 미래를 보았다. 숲이 우거진 공원 안에는 간결한 디자인의 건물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훌륭한 책들과 함께 중앙에는 카페와 작은 안뜰이 있었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사람들은 쿠션에 기대 창가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고 테이블에 놓여있는 커피 한 잔과 치즈 케이크를 먹으며 창밖의 단풍을 감상하고 있었다.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도시 중 하나이며, 최신 기술로 가득한 곳이다. 이 도서관은 이러한 것들에 대한 힐링의 장소로 특별히 설계된 곳이다.(중략) 유토피아에 대한 길을 개척하는 기술 중심적인 혁신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 있었는지, 우리가 무엇을 배웠는지, 실제로 우리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반영한 ‘사람 중심의 미래’에 중점을 둔 혁신인 것이다."
이 칼럼을 쓴 데이비드색스는 삼청공원을 방문한 뒤 가장 현대적 도시 안에서의 자연친화적인 도서관은 우리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방향을 보여준다며, 이처럼 숲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인종과 시대를 초월해 엄마의 품처럼 편안함을 준다고 극찬했다. 처음 숲 속 도서관을 방문했던 때가 기억이 난다. 삼청동에 숲 속에 도서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8,5 ,4세 아이들 손을 잡고, 간식 몇 개에 여벌옷을 싸서 출발했다. 마을버스와 시내버스를 몇 번 갈아타며, 숲 속도서관을 찾아갔다. 아이들과 가는 여정이 힘들어 여기까지 온 것을 후회하려던 찰나 공원 앞에 작은 건물이 보였다. 공원 안으로 들어와 보니 안개가 걷히듯 서서히 또렷하게 보이는 작은 건물 한층. 어쩜 이렇게 숲 속 한가운데 아담하고 예쁘게 만들었을까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도서관 내부는 초록잎들이 전면 보이도록 숲으로 난 큰 창이 사방으로 여러 개 나 있고, 창을 따라 아이들과 함께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에 방석과 테이블이 있었다. "여긴 내 자리" " 나는 여기" 아이들 각자 방석을 하나씩 끌고 와 앉아, 그림책을 한 권씩 뽑아 펼쳤다. 책을 보던 아이들은 어느새 창 밖의 울창한 숲 길을. 또 놀이터로 향하는 아이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몇 분을 참지 못하고, 아이들도 숲놀이터로 뛰어나갔다. 양말을 벗어던지고, 소꿉놀이에 모래 성에 모래성으로 이어지는 물길 만들기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EBS 다큐 놀이의 반란 제작진은 전문가들의 연구를 근거로 자연 친화적 놀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숲과 정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틀에 짜인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보다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결국 유치시기의 아이들에게 놀이를 통한 정서적 발달은 인지적 발달의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은 꼭 책만 읽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삼청동 숲 속 도서관을 다녀와서 온몸으로 깨달았다. 책이 아니라 자연을 읽고 온 기분이었다. 가는 여름과 오는 가을이 마주한 이 숲의 모습과 그 안에서 노는 법을 배운 날이었다. 작은 도서관을 기억하는 아이들의 시선은 건물의 크기나 외관, 장서의 수에 따르지 않았다. 큰 창을 통해 도서관 바닥에 비추던 숲 속 햇볕의 따스함과 시원한 공기가 좋았고, 북악산의 크고 작은 나무들 사이의 파란 하늘이 좋았고, 솔직히 모래놀이가 최고로 재밌었단다. 도서관은 작고 아늑해서 꼭 비밀의 집 같아서 좋았다나.(1층에서 지하도서관 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이렇게 우리는 삼청동 숲 속 작은 도서관을 따뜻하고 다정한 힐링의 공간으로 기억한다. 지구 반대편 뉴욕 타임즈 기자도 느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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