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말, 글로 해소하는 스트레스

by 작은나무

술은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을 비롯해 온 몸이 시뻘게지고 어지럽다. 맥주든 소주든 알코올은 다 그렇다. 우선 술은 맛이 없다. 특히나 소주는 넘길 때 목이 탈 것 같은 그 느낌이 너무 괴롭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호기심에 마셔본 맥주와 대학교 1학년 때 학과나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 MT에서 몇 번 마셔본 소주가 이제껏 전부다. 담배는 열한 살 때였나, 열두 살 때였나, 애연가였던 할아버지 방에서 담배가 무슨 맛인가 궁금해서 한번 입에 물어보기만 했는데 너무 이상한 맛에 헛구역질을 했던 게 처음이자 마지막 담배 경험이다.


술과 담배를 못하고 싫어하니 스트레스가 쌓이면 푸는 방법으로 잠과 말과 글이 있다. 잠은 단연 스트레스 해소법 중 최고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스트레스도 꿀잠 한 번에 다 날아가버리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 때부터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을 잠과 함께 저 멀리 어딘가로 날려준다. 잠은 일상을 스트레스를 받기 전과 후로 나누어준다.


그리고 말, 수다 떨기 좋아하는 나에게 대화는 스트레스 풀기에 좋은 또 다른 방법이다. 육아로 쌓인 스트레스는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G와 실시간 카톡 대화로 서로의 처지를 위로해주고, 위로받으며 해소한다. 물론 메신저 대화는 정확히 분류하자면 글이지만, 특정인과 즉각적인 소통이 된다는 점에서 입으로 내는 말이나 다름없다 생각한다. 또 남편, 친구들, 지인들과 이 주제, 저 주제로 한껏 수다를 떠는 것도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그런데 잠과 말은 제약이 있다. 잠은 장소와 시간에 제약이 있다. 집 아닌 바깥에서 잘 수 없고 아이 둘을 키우는 내가 자고 싶을 때 잔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말은 상대가 있어야 한다. 주고받는 반응이 즉각 이루어져야 하고 때로는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들어주다 대화가 종료되기도 한다.


최근에 새로이 발견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글이다. 정확히는 글쓰기다. 글을 쓰는 것은 시공간 제약이 덜하다. 아예 없지는 않다. 그래도 펜과 종이만 있다면, 혹은 핸드폰만 있다면 언제든 글을 쓸 수 있다. 일정 분량의 글을 쓰는 건 시간이 좀 걸리지만 단어의 나열, 한두 문장 정도의 간략한 요점 등은 아주 짧은 시간에 쓰기가 가능하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쓸 수도 있고, 때로는 하고 싶지 않은 말을 실수로 뱉었다면 삭제하여 거둬들일 수도 있다.


또 글쓰기가 무엇보다 좋은 건 난잡했던 생각이 정리된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도 같이 정리가 된다. 어느 때는 쓰는 동안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자꾸 떠올라 더 괴롭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글을 다 쓰고 다 쓴 글을 읽으면 그 감정들은 사라진다. 이와 반대로 좋아하는 것, 기분 좋은 추억을 쓰면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쓰는 동안 자꾸자꾸 기분이 좋다. 좋은 것은 더 좋게 만들고 기억하고 싶은 추억은 선명하게 해 준다.


이렇게 쓰다 보니 글쓰기가 또 좋아진다. 출구 없는 매력을 가진 글쓰기. 잘 쓰면 더 좋겠지만 못 써도 괜찮다. 쓴다는 행위 자체로 약간의 괴로움(잘 쓰고 싶다는 압박)과 그 괴로움을 넘어서는 뿌듯함(내가 그래도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있다. 다 쓰고 나면 완성했다는 흐뭇함은 덤이다. 오늘도 하나 완성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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