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나무 Feb 22. 2024

운동 안 하는 사람의 마음

내가 아는 두 가지 마음이 있다. 운동 안 하는 사람의 마음과 운동을 며칠 하다마는 사람의 마음이다. 모두 내가 직접 경험해서 알게 된 마음이다.


두 마음은 모두 저변에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심행불일치다. 운동을 왜 해야 하는지 물어본다면,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만큼이나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운동의 필요성을 이야기 한 끝엔 대체로 "그러게요. 이제는 진짜 운동해야 하는데." 혹은 "그래서 내일부터, 다음 주부터 운동하려고요." 다짐을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두 마음은 굳은 결심과 달리 이른 좌절을 겪는다. 주로 행동으로 옮기려는 찰나에 좌절은 발생한다. 운동 안 하는 사람과 운동을 하다마는 사람은 운동을 시작하기까지 이상하게 많은 장애물이 있는 반면, 헤쳐나갈 방안은 잘 떠올리지 않는 편이다. 하려는 마음보다 하지 않으려는 마음의 힘이 더 세다.


운동하고 싶은 마음을 주저하게 하는 장애물에는 운동을 하기엔 궂은 날씨, 운동하기엔 너무 좋은 날씨가 있다. 신발을 신고 먼 거리를 가려니 이미 장소에 도착하기 전 운동을 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집에서 하는 운동은 어쩐지 운동답지 못하다. 이를 비롯해 갑자기 생기는 약속, 오래전 약속이지만 운동보다 중요한 약속, 같이 사는 가족들의 갑작스러운 사정 등이 운동을 지속하지 못하게 하는 외부 요인이다. 그에 만만치 않은 빈도수를 자랑하는 내부 요인(피곤함, 귀찮음, (다른 게) 재밌음, (다른 게) 하고 싶음, (그냥) 하기 싫음) 등도 운동하고 싶은 마을 꺾는 방해물이다.


내가 알고 싶은 한 가지 마음이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이제까지 그런 적이 없어서 그 마음을 모른다.


아, 딱 한 번 있긴 했다. 2019년 4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발레를 주 3회 했었는데 이때가 인생에서 운동을 제일 꾸준히 성실하게 했던 시기였다. 운동이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느꼈었고 수업시간 외에도 관련 동작을 더 잘하려고 혼자 요리조리 연습해보기도 했던 시기였다. 그 후 워킹맘이 되 정해진 수업시간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처음으로 꾸준히 했던 운동과 멀어졌다. 자연스레 운동과 거리가 먼 본연의 내 모습으로 돌아왔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의 마음은 모르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어떤 에너지를 갖고 있는지는 안다. 주변 사람들 중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은 다른 활동을 할 때도 덜 지치며 성과도 잘 낸다. 그들은 하고 싶은 걸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시간이 적게 걸리며 무기력, 귀차니즘, 게으름 등의 단어들과는 먼 생활을 한다.


또한 그들은 운동을 하며 평소보다 깊은 호흡을 하며 땀을 흠뻑 흘리고 체력을 단련시킨다. 운동을 하며 체력이 소진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단단해진다. 그리고 운동 외에 다른 활동에 충전한 에너지를 적절히 배분한다. 그들의 건강한 에너지는 어떨 땐 주변의 공기를 바꾸기도 한다. 나처럼 운동과 늘 평행선을 유지하는 사람에게 '나도 꼭 운동해야지' 하는 동기부여를 해주기도 한다.


2024년이 되어 1월에 한 번 아팠고, 2월에 한 번 아팠다. '운동 꾸준히 하기'를 늘 그렇든 새해 다짐으로 했다. 1월엔 유튜브를 보며 홈트를 2주 동안 하다가 멈추었다. 그 이후 웬만한 잔병치레도 하지 않던 내가 감기에 걸렸다. 운동 안 하던 사람은 이번에도 역시나 운동하다만 사람이 돼버렸다. 운동을 하지 않은 채로 2월이 되었는데 설 연휴 때 난데없이 몸살이 났다(제사도 안 지냈고, 늦잠도 잤던 명절이었다) 앓고 난 이후로 방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실내자전거를 거실로 꺼내두었고 매일 30분씩 땀 흘리며 타고 있다.


이제 나는 열흘 연속 운동한 사람의 마음을 안다. 아직 그만두지 않았으니 고작 열흘이지만 현재진행형이다. 그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두 발 자전거는 못 타지만 '실내 자전거'는 알아서 균형이 잡혀 내가 운동을 지속하기에 딱 맞는 도구라는 '믿음'과 부디 이번에는 어떤 장애물이 와도 포기하지 않길 바라는 '소망'과, 운동을 빼고는 하루가 채워지지 않는 이제 막 시작된 운동을 향한 '사랑'이 한데 모여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지만 앞의 마음들처럼 내가 경험해야 제대로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거다. 왜 꾸준히 할 수밖에 없는지, 무엇이 동기부여가 되는지, 그만하고 싶은 순간에 왜 그만하지 않는지 등 이 마음을 이제는 꼭 직접 경험하고 느껴보고 싶다.


한 달 전 새해 들어 영어공부를 시작했다고 적었다. 그때 이후 한 달이 지난 지금 영어공부는 순항 중이다. 아무래도 남들 보는 곳에 공표를 한 것이 습관을 잡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운동도 습관으로 잘 자리 잡길 바라며 오늘 보란 듯이 발행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입지 않을 옷을 사는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