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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나무 Mar 21. 2024

독서모임에 나가는 마음

내가 중심이 되는 생활

한 달에 한 번 독서모임에 참석한다. 모임에 나가기 위한 조건은 정해진 책을 읽어야 하고, 모임 일주일 전까지 500자 이상의 서평을 써야 한다. 그달의 발제자가 되면 모임에서 얘기할 발제문도 준비해야 한다. 발제자가 아니라면 발제자들이 뽑아둔 발제문을 모임 전에 미리 한 번 읽어봐야 한다. 모임 당일이 되면 집을 나서 한 시간 정도 되는 거리의 모임장소로 간다.


모임 가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이 나에겐 참 즐겁다. 취향이나 관심사에 따라 누군가에겐 귀찮을 수도 있고, 참여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준비가 힘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는 걸까. 단순히 책을 좋아해서는 아니다. 책을 좋아하는 마음은 독서모임과는 별개로 존재할 수 있는 마음이다. 굳이 독서모임에 나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지속가능한 마음이다.


그럼 왜 독서모임 나가냐 묻는다면, 내가 중심이 되는 생활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그냥 책을 읽는 것과 서평을 쓰기 위해 읽는 것,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읽는 것은 아무래도 읽는 밀도에서 차이가 있다. 좀 더 깊이, 좀 더 집중해서 읽기 위해서는 시간을 그만큼 할애해야 하고 에너지를 써야 한다. 에너지를 쓰며 책에 집중하는 동안 아이러니하게도 내 몸과 마음 깊숙한 곳부터 에너지가 쌓인다.


하루일과를 돌아보면, 어린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의 역할, 직장에서 일하는 직장인으로서의 역할이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때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내 에너지를 써야 한다. 흔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나 직장인들의 '시간이 없다'는 표현을 누군가는 공감하고 누군가는 핑계라고 치부한다. 나는 '시간이 없다'를 '에너지가 없다'로 바꿔주고 싶다. 오로지 자신을 위해 쓸 시간은 하루 중 30분, 1시간이라도 존재한다. 그렇지 않은 날들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정말 없는 날은 잘 없다. 하지만 에너지가 없는 날은 무수히 많다. 그러니 틈이 나고 시간이 있더라도 어떤 걸 생산하기 위한 활동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쉼, 충전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육아가 체질이거나 워커홀릭의 성향인 사람은 육아와 직장생활만으로도 충분한 활력을 찾을 수 있겠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틈만 나면 방전된 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목과 손가락만 움직여 핸드폰 속 세상을 탐험하는 게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쉬어도 쉬어도 충전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내가 중심이 되는 생활을 했을 때 자동차 배터리처럼 에너지를 쓰는데 충전이 되는 신기한 경험을 몇 번 하게 되었다. 글쓰기나 책 읽기가 하루이틀이라면 의 연장선이 독서모임이다. 읽고, 기록하고, 생각하고, 만나서 다시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최소 2주에서 길게는 4주의 연속되는 날이라 그런지 그렇게 충전된 에너지는 아주 천천히 소진된다. 그리고 방전되지 않도록 새로운 책이 기다리고 있다


사람마다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꼭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운동하는 시간이, 어떤 이는 공부하는 시간이 그럴 수 있다. 나도 아마 그런 시간을 계속 찾아왔던 것 같다. 여러 날, 여러 해의 시간을 거치고 여러 갈래길에서 찾은 소중한 에너지원이 독서모임이다. 독서모임 외에도 다른 방향, 다른 시간에 또 내가 중심이 되는 시간을 지속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찾아볼 생각이다. 내가 나로 있는 게 나는 너무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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