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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규 Feb 18. 2019

연락에 관하여

연락을 한다-는 행위, 다들 어렵지 않게 하고 계신지? 나는 그다지 잘하고 있진 않은 것 같다. 묘하게 문자로 연락이 오면 그 대화를 끝낼 때까지 다른 일에 좀처럼 집중할 수가 없다. 의례적으로 문자에서 쓰는 줄임말이나 유행어 같은 것도 잘 쓰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대답을 하는 건 어딘가 불성실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뭔가를 하다 메시지를 받으면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한참이나 답장이 늦거나, 급한 일일 때는 하던 일을 놓고 한참이나 답장을 하고 있어서 원래 하던 일을 망치게 되는 경우가 꽤 있다. 좀 피곤한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성의 없는 대답을 일삼는 것보단 낫지 않나? 그래서 용건이 있으면 그냥 전화하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이건 또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단 말이죠. 하여간 어렵습니다.


여하튼 내가 SNS를 하는 데는 이런 결함 때문도 있는데, 다들 묻지 않아도 자기 이야기를 해주니까 굳이 연락을 하지 않아도 "아, 무슨 일이 있었구나" 알 수 있게 된다. 나는 꽤 유심히 그런 소식들을 살펴보는 편이라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일일이 기억한다. 무슨 영화를 봤고 뭘 먹었는지, 며칠에 어떤 기분이었고 어디를 다녀왔는지. 물론 댓글을 다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당사자는 내가 그런 걸 기억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내가 나름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관심을 갖는 방법이다. 아무리 오랜만에 연락을 하거나 만났더라도, 진지하게 상대에게 흥미를 갖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요즘은 타임라인에 대부분 광고만 올라오는 통에 보물찾기 하는 심정으로 더 유심히 봐야 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부디 다들 자기 이야기를 해주세요. 성실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최근 궁금하면 직접 연락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일화가 하나 있는데 친구와 통화하다가 말미에 "일정 확인해 보고 바로 연락 줄게"라는 대답을 듣고 전화를 끊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내심 바쁜가 보다,라고 생각했으나 재차 확인하는 건 어쩐지 독촉하는 것 같아 특별히 이야기하지 않고 지나갔다. 이후 시간이 좀 지난 뒤에 그때 바빴어?라고 묻자 알고 보니 그 친구는 내게서 "곧 연락할게"라는 대답을 듣고 끊어서 줄곧 내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말 한 적 없다) 그러니까 둘 다 서로의 연락을 기다리고 바쁜가 보다-하며 지나가 버렸다는 이야긴데, 이런 답답함은 일본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한심한 이야긴 것 같지만 어른들 세계에선 의외로 자주 일어난다. 이 경우완 다르지만, 알지도 못하는 오해 같은 걸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영영 이야길 하지 않는 불상사도 종종 있으니까. 그러니 연락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일이 있다면 그냥 하는 게 더 확실한 방법이다. 뭐니 뭐니 해도 말없이 하는 배려 같은 건 도무지 알아보기 어려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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