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오빠, 오빠의 여자친구와 함께 밥을 먹었다. 어버이날 겸사겸사 해서 언니가 맛있는 요리를 해줬고, 나는 생화 케이크집에서 케이크를 주문해서 언니와 오빠가 사는 집으로 갔다. 둘이 같이 살게 된 지는 1년 이상 된 것 같다. 언니는 요리솜씨가 좋아서 항상 뭔가 해주면 다 맛이 있다. 이번에는 뼈찜과 해물 샤브샤브를 해주셨다. 최근에 키우던 고양이 두 마리인 베리와 깜돌이가 요즘 뉴스에도 나오는 사료 문제로 많이 아팠는데 고비를 잘 넘기고 회복 중이었다. 고양이들의 안부도 묻고 내 안부도 말하고 둘의 신혼여행지에 대해서도 웃으면서 갑론을박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 오빠는 동생인 내가 말하기도 좀 미안할 정도로 고생을 많이 하며 살았다. 내가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아다닐 때 오빠는 집에서 부모님의 이혼을 지켜봐야 했고, 이혼 후 엄마와 살면서도 혼자 지내는 아빠에게 생활비를 보태드렸다. 그후 여행에서 돌아온 나도 아빠를 찾아가 같이 밥을 먹고 병원비를 보탰다. 그때만 하더라도 부양의무자 제도가 완화되기 전이라서 수급자였던 아빠는 부양의무를 가진 자녀들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비를 적게 받았었다. 질병이 있고 몸이 아파 병원을 드나들고,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아빠를 온전히 우리가 책임져야 했었다. 우리 남매 둘 다 아빠를 외면해도 그만이었지만 그래도 우린 자식의 도리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고 4년 전 아빠가 돌아가셨다. 수술 후 입원까지 약 두 달 이상의 수술 및 입원비, 간병비까지 일하고 있던 오빠가 짐을 짊어졌다. 그때 나는 대학을 가서 공부한 지 1년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오빠에게는 그날들이 두고두고 미안하고 또 미안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다행히 아빠가 지내던 전세방 보증금으로 어느 정도 만회를 했었지만 오빠는 이곳저곳에서 돈을 빌리고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공부하겠다고 나 살겠다고 내 살길만 찾던 내가 참 이기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 대신 오빠가 너무 희생을 했으니까.
오빠는 지금 동거하고 있는 언니와 내년에 결혼을 할 예정이다. 그렇게 고생만 하다가 언니랑 만나고 난 뒤 살도 찌고 표정도 밝아진 걸 느낀다. 오빠가 한 가정의 가장이 된다니 믿기지 않으면서도 뭐랄까 벅찼다. 내가 둘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축하를 해주고 싶다.
언니는 오빠가 힘들 때 떠나지 않고 옆에 있어준 사람이다. 내가 알기로는 오빠가 아빠 장례식이 있었던 시기 즈음 너무 힘들어서 언니에게 헤어지자고 말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둘은 헤어지지 않았다. 아마 언니가 한 자리에서 오빠를 묵묵히 기다려주고 보듬어주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서른 중반이 된 나이에 모아 놓은 돈도 없이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 아빠 병원비와 장례식비로 써버린 오빠를 언니는 다 목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는 오빠 곁을 지켰다.
이후 오빠가 돈을 더 벌기 위해 현장에서 하는 일(양중 등)로 이직한다고 했을 때도 오빠의 선택을 이해해 주었고,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일하는 오빠를 이해해 주었다. 청소를 잘 못하는 오빠에게 잔소리를 하면서도 맛있는 밥을 지어주는 너무나 따뜻한 사람이다.
언니는 수많은 아픔과 어려움과 좌절을 안고 있는 오빠를 있는 그대로 품어주고 있다. 오빠도 언니의 아픔과 슬픔을 보듬고 품어주고 있겠지. 다투기도 하겠지만 서로 의지하고 이해하며 또 배려하고 사는 모습이 정말 애틋하고 보기 좋다. 동생으로서 오빠가 결혼할 사람을 잘 만났다고 생각하고, 언니라면 오빠와 함께 발맞춰 인생을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김창옥님은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래서 그래서 이 여자랑, 이 남자랑 결혼하는 것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와 감정이 드는 사람을 추천드릴게요.
사랑은 이렇게 남들이 결함이라고 생각하는 것조차도 수용하고, 그런 모든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라서 함께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김창옥님의 말마따나 특히 결혼은 그런 사람과 해야 하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사람을 찾으면 그때 가족에게 꼭 소개해 주어야지.
*연재는 매주 월요일에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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