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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Jul 08. 2024

우리가 만난 건 기적과 같은 일이야 2

H는 친구에게 내 번호를 받아 연락해 왔다. 카톡으로 인사를 하고 나는 둘이 만나는 게 괜찮은지 물었다. 막힘없이 대화가 오갔고 평일 저녁 내가 다니는 회사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바로 첫 번째 소개팅남에게 연락해 정중히 만남을 거절했다.


퇴근 후 천천히 H를 만나기로 한 곳으로 걸어갔다. 분명 한 번 봤던 사이였지만 둘이 만나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떨렸다. 스마트워치에서 심박수를 체크해 보니 130이 넘어가고 있었다. 두근대는 심박수를 확인하고 심호흡을 했다. 들이쉬고 잠시 숨을 멈췄다가 길게 내쉬고를 세 번 했다. 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할 때 환하게 웃는 H가 시야에 들어왔다. 나를 보고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웃는 게 정말 예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며 나도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저녁을 먹기로 한 식당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나는 식당을 예약해 놨다고 말했다. 그러자 H 본인도 예약을 해놨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 순간 드는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통했다


피자와 파스타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감을 가지고 대화를 이어 갔다. 분명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는 많지 않은 양이었는데 다 먹지 못했다. 나는  피자 두 조각에 파스타 몇 입을 먹은 게 다였다. 긴장과 떨림이 있었지만 대화가 너무나도 즐거웠다. 재미도 있고 이야기가 잘 통한다는 느낌이 었다. 첫 번째 소개팅남과 만났을 때 느꼈던 애매함이 없다고 해야할까. 그땐 내가 오히려 대화를 주도하는 느낌이었다면, H와의 대화는 서로 주고받고가 잘 되면서도 훨씬 재미있는 느낌이었다.


밥을 다 먹고 숲길을 걸었다. 카페에 가서 커피도 한 잔 했다. 다음날 출근을 하니 적당한 시간에 만남을 마무리했다. 그와 나는 같은 지역에 살아서 집 가는 방향이 같았다. 하지만 동네는 달라서 가는 방법이 달랐는데, H가 데려다줘도 괜찮은지 물었다. 그 말을 듣고 심장이 또 두근했다.


좋다고 하고 같이 버스를 탔다. 자리가 없어 잠시 떨어져 앉았다가 같이 앉을자리가 생겼을 때 내가 그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나란히 앉아 이야기도 하고 음악도 듣다 보니 너무 금방 도착해 버린 것이 아닌가! 그날 집에 와서 12시쯤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 새벽에 잠이 들었다. 카페에 갔을 때 카페인이 없는 차를 마셨기 때문에 잠이 안 들 이유가 없었다. 설레는 마음이 온몸의 신경세포를 깨워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부끄럽게도 정말 설레서 잠이 안 온 것 같다.


그날 이후로도 우리는 또 만났다. 가랑비가 오는 주말에 영화를 봤다. 사실 너무 피곤했다. 영화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 주에 모든 약속들이 몰려있었고 3일 연속으로 퇴근 후 술을 마시며 체력이 바닥나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중간에 H는 내 손을 잡았다. 몸뚱이가 힘든 건 정신력으로 버텨야 했고 손을 꼼지락거리느라 설레는 감정은 감정대로 올라왔다. 마음을 애써 감추며 영화에 집중하는 척했지만 집중이 되진 않았다. 영화를 보고 경치가 좋은 카페에 가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정말 번갯불에 콩 볶듯 우리는 그날부터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차로 집에 데려다주는 길 내내 손을 잡는 H가 귀여웠다. 집에 오니 모든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파도처럼 몰려왔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일찍 귀가해서 천만다행이었다. 어쩜 다음날 일정을 고려해 무리해서 데이트를 하지 않는 것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


H도 나도 서로가 너무 좋은 사람이라는 걸 동시에 느꼈고 그 느낌은 마음을 충만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설레는 감정을 가지는 연애를 다시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가!


나는 인연을 믿는다. 그리고 느낌을 믿는다. 기적처럼 만난 우리의 만남을 소중히 여겨보려 한다.


Love wins all




*연재는 매주 월요일에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제 글을 찾아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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