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둥둥 Jul 15. 2024

다정함은 늘 옳다

친밀한 관계 속에서 살아 숨쉬는 우리

살아가는 데 있어 다정함은 굉장히 중요하다. 다정함이 사람을 살릴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냥한 말투, 예의 바른 행동,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을 주제의 대화, 끊임없는 지지와 응원


내가 자라온 환경은 다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정함보다는 날 선 말들이, 말다툼과 몸싸움이 오갔다. 부모님은 나에게 다정함을 물려주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힘들게 자란 것보다 더 아쉬웠던 것은 좀 더 세상을 사랑하고 자신감 있게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 믿음, 타인과 나 자신에게 다정할 '마음'을 물려받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운 좋게도 성인이 되고 난 후 나는 다정한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날이 있었다. 아무 조건 없이 나에게 잠자리를 베풀고 현지 음식을 만들어주며 행복하게 미소 짓던 체코 아저씨, 고속도로 위에 울며 주저앉아있는 나를 차에 태워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줬던 터키 가족들, 한국에 사는 자신의 딸을 하라며 나를 아끼던 슬로바키아 아주머니, 이집트에서 몇 날 며칠을 함께 다이빙하고 밥을 지어먹던 게스트하우스 식구들..


이러한 따뜻함이 아닌 가족들의 지나친 기대와 나무람 속에서 마음의 불씨가 꺼져 가는 한 사람을 알고 있다. 그녀는 잘 먹지 못하고 아프다. 잘 지내는지 물어봤을 때 ‘잘 못지낸다.’고 답장이 오고 연락이 끊겼다.


몇 해 전, 나도 사람에 지쳐 마음이 무너졌던 때가 있었다. 개인상담에서 만난 전문 심리상담사에게 4개월간 상담을 받으며 나는 무한한 응원과 지지 속에서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알아갔다. 그 과정이 없었다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마음의 큰 병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다정한 사람들 틈에 섞여 나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다정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이익관계를 따지지 않는 따뜻함을 가졌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충분히 받지 못한 무한한 사랑과 조건 없는 애정을 듬뿍 받은 나는 집안 사정 때문에 얼마간의 방황을 하긴 했지만 곧잘 나만의 중심을 잡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며칠 전 '다음세대재단'의 방대욱 대표의 강연에서 들은 말이 생각난다.


연결 / 관계 / 연대


그는 위 세 가지가 각각 다르다고 말했다. 연결은 그가 2시간 남짓 이 강연장에 와서 강연을 듣는 사람들과 잠시 같이 있으니 연결되는 것이고, 관계는 강연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과 지속적으로 소통한 관계자와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연대는 어떠한 친밀한 관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딸은 세월호 참사 주기가 되면 한 사람이라도 살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헌혈을 한다고 했다. 그런 것이 바로 연대라고 말하는데,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역시 사람과 사람의 연결점에 관심이 많고,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움직인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다시 돌아와서 연결, 관계, 연대 중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건 두 번째 ‘관계’에서도 친밀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는 다정함이 깃든다. 힘든 순간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기댈 수 있으며 나의 모난 모습을 보이더라도 항상 곁을 지켜주는 아주 친밀한 존재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가족이나 친구, 애인, 선후배, 동료 등 그게 누구든 친밀한 관계들은 대개 다정하다. 그 다정함 덕분에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애인이나 친구, 동료들에게는 참 다정한 나도 가족들에게는 다정함을 가지고 대하기가 어렵다. 받은 만큼만 돌려주는 심보인 것 같기도 하고 가족이라는 존재가 너무 편한 관계라 더 다정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신기하게도 H와 만나고 나서는 전보다 훨씬 감정 표현을 많이 하게 되었다. 애교가 많고 다정함이 묻어나는 성격인 그와 함께라서 나도 덩달아 다정해지는 기분이랄까. 그를 대할 때처럼 가족들에게도 따뜻한 사람이 되도록 의식적으로라도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 다정함이 조금 더 피어나기를 소망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