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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Jul 29. 2024

주는 것이 아깝지 않은 사람

우리 힘껏 사랑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사랑은 반드시 기브 앤 테이크여야 하는가? 우리는 기버인가 테이커인가? 나는 기버보다는 테이커 쪽에 더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내가 바라는 만큼의 사랑과 노력을 상대에게 은연중에 요구하고, 충족되지 못하면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희한하게 나를 미친 듯이 좋다고 하는 사람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끌렸다. 누가 봐도 별로인 사람을 만나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기도 했었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평상시에 선물 같은 걸 잘 주고받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종잣돈을 모은답시고 자잘 자잘한 것에 돈 쓰는 걸 굉장히 아까워했던 내가 지금 애인에게는 자꾸 뭔가를 주고 싶어 하고 마음 표현도 훨씬 더 많이 하게 된 것을 느낀다.


달리기를 같이 하는 그에게 러닝 벨트를 사준다던지, 승진 공부를 하는 그가 밥을 잘 챙겨 먹었으면 하는 마음에 뭔가 보내준다던지, 우리가 만난 일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재잘재잘 설명한다던지, 승진시험이 끝나면 어떤 곳에 데려가면 좋아할지 생각하고, 백예린을 좋아하는 애인에게 깜짝 선물로 콘서트를 보러 가면 어떨까를 고민한다던지 이렇게 끊임없이 애인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솟아난다.  


테이커였던 내가 기버로 점차 바뀌어가는 이유 혹은 원동력은 뭘까?


우선 내가 만난 상대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매일 뭘 먹는지, 뭘 하는지 등 정말 사소한 것도 사진을 찍어 보내며 이야기해 주고 드라이브를 갈 때나 어디 놀러 갈 때마다 집 앞까지 나를 데리러 오고, 차 없이 데이트하고 집에 가는 날에는 밤길이 어두워 위험하다며 나를 항상 집에 데려다준다. 매일 아침마다 출근 잘하라고 카톡을 남겨 놓고 저녁에 자기 전엔 아무리 피곤해도 전화로 하루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인사를 한다. 고양이 커플 케이스가 귀엽다며 보여줬던 걸 기억해서 서프라이즈로 선물해 주기도 하는 그야말로 사랑꾼이다.


받는 것도 좋지만 상대가 내가 보여주는 마음들을 감사히 여기고 행복해할 때 느끼는 기쁨은 정말 크다. 물질적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그에게 주는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내 시간과 마음을 들이는 일이 그저 기쁘다. 그리고 종종 그에게 벅차오르는 마음을 담아 말로써 사랑을 표현한다. 만약 애인이 나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지 않았더라면 나는 계속 테이커에 머물러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예민하고 불안감이 높은 유년시절과 20대 초중반을 보내온 내가 이렇게까지 평온한 연애를 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좋은 사람을 오래 만나며 안정감을 찾아갔던 게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마음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되지 않는다. 애인이 나에게 가지는 마음이 변할지 두려운 마음도 없다. 잔잔한 물결처럼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호수에 해도 비췄다가 달도 비췄다가 구름도 비치는 아주 잔잔한 모습이 나와 애인의 연애와 닮아있다.


두려워말고 두 팔 벌려 힘껏 사랑하기

좋은 사람을 만났다면 주는 것을 아까워 말기

항상 진심을 다 하기

행복을 의심하지 말기


이것이 요즘 내가 지켜내는 사랑의 방식이다.



*연재는 매주 월요일에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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