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igation & Civil Procedure Studies (1)
다큐멘터리 영화 "Hot Coffee"는 2011년에 제작된 영화인데, 제작자는 변호사인 Susan Saladoff입니다. 이 영화는 잘 알려진 McDonald's 커피 소송과 그에 대한 언론의 반응, 그리고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관계,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언론이 애써 외면한 사실관계 등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이 "McDonald's 커피 컵 사건"의 간략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992년, 당시 79세였던 Stella Liebeck는 맥도널드에서 Drive-through로 커피 한 잔을 주문합니다. Liebeck 은 커피를 받았고, 그 커피에 크림과 설탕을 넣는 과정에서 커피를 자신에게로 쏟았습니다. 그리고는, 심각한 화상을 입게 됩니다. Liebeck 은 McDonald'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 소송은 큰 화제가 되었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fast food 체인점들은 뜨거운 음료를 담는 컵에 "주의: 매우 뜨겁습니다"와 같은 경고 문구를 추가하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들어온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언론은 이 소송에 대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운전 중 부주의로 커피를 쏟은 할머니가 그 커피가 너무 뜨거웠다는 이유로 소송을 했고, 배심원들이 McDonald's에게 2.9 Million dollar를 지급하라는 평결을 내렸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고작 커피가 뜨거웠다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원고가 요구하였고 배심원들도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들어줬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보도와 함께, 욕심 많은 시민들과 변호사들은 건수만 있으면 Million dollar를 요구하는 "Friviolus lawsuits (가치 없는 소송)"을 제기하여 사법 시스템을 남용하고 있으며 배심원들은 나몰라라 무책임한 평결을 내리고 있으며 ("Run-away Jury"), 이를 허용하는 미국의 민사 소송 시스템은 심각한 문제에 빠져있는 것이라고 보도합니다. 많은 코미디 프로그램, 토크쇼 및 드라마에서도 "내 커피가 너무 뜨거우니까 난 너를 sue 할 거야. Million dollar 내놓으시지"와 같은 멘트가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곤 했습니다.
이러한 언론의 보도 및 방송을 통해 Liebeck 은 소송 남용의 아이콘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조롱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너무도 많은 frivolous lawsuits를 허용하는 미국의 민사 소송 시스템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더 깊이 뿌리내리게 됩니다.
Hot Cofee라는 영화는 이 시점에서 출발을 합니다. 그리고는 McDonald's 소송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이 철저하게 그리고 의도적으로 왜곡 보도된 사실관계에 기초한 것이며 언론이 어떠한 이유에서 왜곡보도를 통한 여론몰이를 해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먼저 McDonald's 소송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인터뷰에 응한 많은 사람들이 터무니없는 소송이었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던 사실들을 공개하자 그 시민들은 상당히 다른 반응을 보이며 Liebeck 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던 그 사실들은 무엇이었을까요?
1. Liebeck 은 커피를 쏟을 당시 운전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차는 주차 중이었습니다.
언론에서는 Liebeck 이 커피를 든 채 운전을 하다가 부주의하여 커피를 쏟았다는 보도를 하였지만, 사실은 그녀의 손자인 Cris 가 차를 운전하고 있었고, 커피를 받은 후에는 Liebeck 이 설탕 등을 넣기 위해 주차를 하였습니다. 이는 그녀가 타고 있었던 1989년식 Ford Probe 에는 컵 홀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Liebeck 은 무릎 사이에 커피 컵을 끼운 채 설탕과 크림을 넣으려 하였으나, 그녀가 커피 컵의 뚜껑을 열려고 하는 과정에서 커피가 그녀에게로 쏟아졌고, 그로 인해 심각한 화상을 입게 된 것입니다. 이 영화의 제작진은 해당 소송의 배심원들도 인터뷰했는데, 당시 배심원들에 따르면 평결은 커피를 쏟은 Liebeck의 과실을 참작하였고 20%의 기여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2. McDonald's 가 제공했던 커피는 위험할 정도로 뜨거웠으며, Liebeck 의 사고 이전에도 그에 대한 고객들의 항의가 700건 이상이 있어왔습니다.
Discovery를 통해 제공된 McDonald's 의 커피 제공 방침에 따르면 커피는 약 82도 (섭씨)에서 85도의 온도에 제공되도록 정해져 있었습니다. 외과 전문의의 소견에 따르면 이 온도에 피부가 단 몇 초만 노출이 되어도 3도나 4도 화상을 입을 정도였습니다. 또한, 당시에는 커피 컵을 잡을 때 덜 뜨겁도록 해주는 sleeve 도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커피가 정말로 너무 뜨거웠기 때문에 Liebeck은 무릎 사이에 커피를 꼈다가 이를 쏟은 것이며 정말로 심각한 화상을 입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McDonald's는 자사가 제공하는 커피가 너무 뜨거워서 위험하다는 고객들의 항의를 700건 이상 받아왔었습니다. 이 중에는 커피가 너무 뜨거워서 손이나 기타 다른 신체 부위를 데었다는 항의가 수 없이 있어 왔습니다. McDonald's 소송의 배심원들이 막대한 금액의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을 평결한 이유도 McDonald's 가 이러한 위험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3. Liebeck은 정말 심한 화상을 입었습니다.
영화는 그녀가 화상을 입을 부위를 촬영한 사진을 보여줍니다. 제작진들이 시민들에게 보여준 사진도 이것이었습니다.
아래의 링크를 따라가시면 그 사진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습니다. 그녀의 소송이 단순히 커피 하나 쏟은 것 가지도 제기한 터무니없는 짓에 불과한 것이었을까요?
4. Liebeck은 소송에서 Million dollar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당시의 치료비와 장래의 치료비를 포함한 $20,000 정도를 요구했습니다.
언론이 Liebeck을 커피가 뜨겁다는 이유로 Million dollar를 요구한 탐욕스러운 사람으로 묘사한 것과 다르게, 그녀는 소송에서 $20,000 정도를 요구하였는데, 이는 그 시점까지의 화상 치료비 $10,500; 장래의 예상 치료비 $2,500; 사고 이후 Liebeck을 돌보았던 그녀의 딸의 wage loss $5,000에 기초하여 산정된 금액이었습니다.
그러나 McDonald's 측은 합의금으로 고작 $800 만을 제시하였고, 이것이 Liebeck 이 변호사를 선임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녀의 변호사는 $300,000을 요구하였고, 당시 양 당사자 사이의 조정을 담당했던 mediator는 $225,000 의 배상액을 권했습니다. 그러나 McDonald's는 이를 모두 거부하였고, 결국 Trial을 거쳐 배심원의 평결을 맞게 됩니다.
배심원은 Liebeck의 20% 과실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액을 $160,000으로 정합니다. 그리고는 이에 더하여 2.7 Million dollar 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합니다. 이 징벌적 손해배상액은 담당 판사에 의해 $480,000으로 감액되었습니다.
그녀는 Million dollar를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그러한 배상액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사실관계 및 분쟁해결 과정의 진행사항은 언론에 의해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방송사들은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때로는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때로는 보여주고 싶은 일부만을 방송함으로써 의도한 이미지들을 만들어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영화는 그 이유로 방송사들이 "Tort Reform"이라는 보다 큰 규모의 담론에서 그들이 혹은 그들의 스폰서들이 취해왔던 입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이러한 왜곡된 보도를 했다고 분석합니다.
Tort Reform 은 불법행위(tort)를 원인으로 제기하는 소송이 남용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법 개혁 운동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제한, 의료 소송의 제한, 집단소송의 제한 등을 골자로 합니다. 이러한 movement 의 주창자로는 "Corporate America"로 표현되곤 하는 거대기업들과 이들의 연합체인 상공회의소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불법행위 소송이 주로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자신들에 대한 소송을 보다 어렵게 하기 위한 법 개정을 주장해왔습니다.
"소송 폭발의 사회에 대한 공포의 확산"은 Tort reformers 의 주된 전략이었습니다.
이들에게 McDonald's 소송은 좋은 소재임에 틀림없었습니다. Corporate America와 이들의 광고비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방송사들이 똘똘 뭉쳐서 자신들이 바라는 왜곡된 이미지들을 일반 시민들에게 심어주려 하였음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기업-방송사의 연결고리는 세계 법과 사회 학회의 회장인 Michael McCann의 실증적 연구를 담은 "Distorting the Law"라는 책(http://www.amazon.com/Distorting-Law-Politics-Litigation-Chicago/dp/0226314642/ref=sr_1_1?ie=UTF8&qid=1454231702&sr=8-1&keywords=distorting+the+law)에 상세히 서술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저명한 법사회학자 Marc Galanter 의 연구와도 맥을 같이합니다.
- “An Reading theLandscape of Disputes: What we Know and Don't know (and Think we know) about our allegedly contentious and litigious society” UCLA Law Review, Vol. 31 (October 1983):4-71.
- “An Oil Strikein Hell: Contemporary Legends about the Civil Justice System” Arizona Law Review, Vol. 40 (1998):717-752.
"Hot Coffee"는 McDonald's 소송이 이러한 Tort reform 담론을 위한 소재로 잘못 사용되어져서 법을 왜곡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영화입니다.
McDonald's 소송에 대한 언론의 보도에서 드러나는 "소송 폭발의 사회"에 대한 우려는 1970년대에서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미국 민사소송 제도의 변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담론이 미국 민사소송제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왔고 또 현재도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