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리면
먼저 사라지는 것은 땅이 아니라
사람들의 보폭이다.
걸음이 짧아지고,
그 짧아진 만큼
세계가 수축한다.
나는 창문에 손바닥을 대고
어둡고 밝은 것들의
경계를 읽었다.
눈발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서 방향을 잃는 쪽에
더 가까웠다.
차들은 그 잃어버린 방향을
타이어로 조용히 밀어냈고,
그 순간마다
도로의 표정이 얇게 갈라졌다.
흰색은 나선처럼 돌며
자기 자신을 되돌아오지 않는 움직임으로
잠깐 형태를 얻었다.
그리고
형태를 얻은 만큼
빠르게 지워졌다.
겨울은 추위의 계절이 아니라
흔적이 자기 음영을
직접 감추는 계절이다.
나는 그 감춤의 패턴을 따라가다가
한 지점에서 멈췄다.
더 이상 읽히지 않는 부분,
눈이 아니라
내가 먼저 흐려지는 자리.
첫눈은 끝내
사물을 덮지 못한다.
대신
내가 갖고 있던 윤곽이
처음부터 불완전했음을
한 번 더 드러낼 뿐이다.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