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계급

by 진경


웃는 연습은 매일 반복된다.

입꼬리의 각도, 고개 숙이는 속도.

분노는 지우고,

“괜찮습니다”로 덧칠한다.


감정은 상품이다.

상대가 편하게 느끼는 만큼

정돈되어야 하고,


정중함은 암기되어야 한다.


거울 앞에서 연습이 시작된다.

웃는 얼굴, ‘죄송합니다’의 톤.

정해진 말들 속에서

진심은 서서히 탈색된다.


어떤 이는 말한다.

“진심이면 통한다”고.

그러나 감정은 계급마다

다른 언어로 번역된다.


사무실에서의 짜증은 ‘과로’,

매장에서의 짜증은 ‘불친절’.

전자는 공감되고,

후자는 징계된다.


감정에도 질서가 있다.


누구는 화를 내도 되고,

누구는 참아야 한다.

누구의 피로는 피곤함이고,

누구의 피로는 결격이다.


백화점 화장실에서

한 여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웃는 얼굴을 연습한다.

열 번째 웃음에서야

적당한 각도를 찾는다.


그날 이후,

묻지 않는 것이 예의가 되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보다

‘괜찮은 것처럼 말하는 법’을

더 많이 배우게 되었다.


웃음은

가장 자주 사용되는

가짜 언어가 되었다.


오늘도 번역은 계속된다.

자기 검열을 맞춤법처럼 익히며,

타인의 언어에 맞게

감정을 교정하는 일.


휴게실 벤치 위에서

누군가가 혼자 묻는다.

이 마음의 원문은

언제부터 사라진 것일까.


묻는 소리만 허공에 머물고,

다시 웃음을 입는다.


*眞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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