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나를 걷게 한다

by 진경


걷는다는 것은 선택이 아니었다.

출발선부터가 보이지 않는 곳에 그어져 있고,

길은 평평하지 않았으며,

누군가의 도착점이 나의 출발점이었다.


버스는 시간을 지키지 않고,

지하철은 속도를 고려하지 않는다.

언제나 누군가의 시선 아래에서

걸음걸이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했다.


“왜 그렇게 느려?”

“왜 그렇게 급해?”

질문들은 이해하지 않기 위해

던져졌다.


도시의 구조는

건축이 아니라 위계로 배웠다.

엘리베이터의 층수보다

계단의 높이가 더 오래 기억된다.


새벽 다섯 시, 첫차를 기다리며

한 남자가 플랫폼에서 졸고 있다.

보안 직원이 깨우고,

그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출근길엔 고개를 숙이고,

야간 알바를 마치고 돌아올 땐

빈 골목을 지나

불빛의 간격을 세어가며 걷는다.


계급은 종종 거리에 숨어 있다.


택시는 잡히지 않고,

자전거는 도로에 설 자리가 없다.

발만이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누군가는 ‘걷기’를 취미라 부르지만

누군가에게 ‘걷기’는 생존이다.

같은 동작, 다른 의미.

같은 거리, 다른 무게.


질문은 늘 몸에 먼저 닿는다.

이동은 감각이 되고,

감각은 곧 의심이 된다.


어디서 왔는지 묻는 사람에게

길을 말하지 않고,

살았던 방의 개수와

버텨온 새벽의 횟수를 말해준다.


오늘도 질문의 형태로 존재한다.

멈추지 못해서가 아니라

멈출 자리가 없기에.


걷는다는 것은

답이 아니라 계속되는 물음이다.


*眞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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