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보고 저리 봐도 타당하다
세상의 일은 누군가가 원하는 대로 일어난다(의도치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키는 경우는 일단 제외한다). 한 개인이 하는 일은 특히 더 그렇다. 내가 원해서 하거나 나를 둘러싼 환경에 있는 주체가 원해서 하거나다. 내가 아닌 주체는 회사나 부모님 정도가 될 것 같다. 모두가 한 방향을 원하면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럴 일이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할 때나 남이 원하는 것을 할 때 그 과정과 결과가 나 자신에게 어떤 영향으로 돌아올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아래와 같이 정리 해봤다.
남이 시키는 것은 그 과정과 결과에 따른 내 감정이 긍정적이지 않다. 물론 잘 되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애초에 내가 원하는 것과 남(회사 등)이 원하는 것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런 비전이 일치하는 것은 쉽지 않다. 회사가 돈이라는 매개를 통해, 또는 미끼를 주어 직원을 고용하게 되는 것도 거기에 이유가 있고, 열정페이라는 말에 코웃음을 치는 것도 거기에 배경이 있다. 내가 열정을 가지고 내 젊음을 투자할 만한 일이냐를 따졌을 때 결코 그렇지 않은 것에 열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반면 내가 원했던 것을 하면 과정과 결과가 어떻든 간에 긍정적인 감정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남이 원했던 것을 할 때에는 그 결과가 상당히 크고 좋아야 보람을 느낄 수 있는데, 내가 원했던 것을 할 때에는 역치가 비교적 낮은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보고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느끼는 만족과 내가 개인적으로 계획했던 운동이나 독서 목표를 이뤘을 때의 만족을 비교하자면 경우에 따라 후자에 대한 보람이 더 클 수도 있다.
나는 열심히 살 거라고 선언했고 나름대로 그 선언을 지키면서 살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사실은 열심히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대로 사는 것이다. 그 대신 몸이 편한 거 말고, 마음이 편한 것.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내 삶에, 일상에 대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열심히 사는 것이다. 참 별것 아니다 싶은 것일지라도 내가 원했던 것, 계획했던 것을 해내면 하루하루 일상을 보내는 게 참 즐겁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것들은 내가 회사일을 잘하고 그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한동안 부캐, 사이드프로젝트 등이 유행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 잘하는 것들을 고려하여 행동으로 옮긴다면 그게 누가 되었든 간에 삶의 질이 올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