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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Nov 29. 2021

가짜 부지런함에 속지 말 것

부지런함의 종류

 나는 스스로가 꽤 부지런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 일 열심히 하고, 퇴근하고 집에서 운동도 하고, 이따금씩 산책도 가고, 글도 쓰고, 부동산이나 주식 공부도 하고. 이 정도면 상위 1%는 안 되어도 상위 10%는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막연하게, '이렇게 살면 잘 사는 거 아닐까? 이렇게 살면 언젠가 보상이 돌아오는 날이 있지 않을까? 이렇게 부지런한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어서 생각하길, 이런 식으로 부지런해서 뭐하지? 지금 나의 부지런함은 알고 보면 가짜가 아닐까? 나는 '부지런하다'라는 사회 통념상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태를 맹목적으로 추구한 것은 아닐까? 좀 더 똑똑하고 비판적으로 부지런해야 하는 거 아닌가?


 물론 부지런함에 가짜는 없다. 당연히 진짜 부지런한 거다. 그렇지만 내가 내 자신에게 '그런 삶도 의미 있어, 모든 순간이 의미가 있는 거야'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어떤 부지런함은 그 자체로 나에게 효용을 가져다준다. 운동은 자존감을 높이는 데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 꼭 외적인 조건을 갖추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게으름을 방치하지 않고 운동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자존감이 올라가는 일인지! 나는 이따금씩 열렬한 운동 끝에 볼따구가 발그레해진 체로 거울 속의 나를 보며 '너 이 녀석! 아주 잘했어어?! 어떻게 이렇게 귀찮은 운동을 해냈어? 아주 기특해!'라고 육성으로 칭찬을 해주고선 멋쩍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다른 어떤 부지런함은 주변 사람들의 인정이나 소기의 성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회사 일을 열심히 하면 내가 따르는 팀장님의 칭찬을 받을 수도 있고, 주식 투자에서 수익이 나면 용돈 정도는 벌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도 가끔 맴맴 도는 생각, 근데 그래서 뭐.


 나의 부지런함에는 희망이 있다. 부지런함의 방향성을 따라 가면 내가 원하는 대가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희망이다. 하지만 지금 나의 부지런함에는 방향이 없다. 내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알고 행복해하면 좋으련만, 마음  구석이 아주 조금 허하다.  허한 마음의 크기가 어느 정도냐 하면, 풍선의 고무 밀도가 높은 매듭의 반대쪽 부분을 바늘로 찌른 구멍만큼이다.  구멍으로 풍선이 터지지는 않지만 서서히 풍선이 쪼글쪼글해지는 것처럼, 부지런함에도 권태기가 오고, 이걸 지속할 유인이 없을 때가 온다. 부지런하게 살아서 뭐한담?


- 잘 살고 싶은 거지!

- 못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딨어? 잘 사는 게 뭔데?

- 남에게 비굴하지 않고,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사는 것? 어딘가에 매여있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것?

- 뭘 그렇게 어렵게 얘기하냐, 그냥 돈을 많이 벌고 싶단 거네.

- ㅎ... 맞아...


 역시 경제적 독립이 답인가! 아아, 돈도 방법이 있어야지~ 공부를 해서 회사의 인재가 되어야 하나, 다른 뭔가가 있을 곳에 가야 하나, 운동을 하고 몸짱이 되어서 인스타그램 셀럽이 되어야 하나, 글을 써서 작가가 되어야 하나. 굳이 뭔가 될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뭔가 되고 싶고, 과정만 즐겨도 되는데 꼭 어떤 형태의 결실을 보고 싶은 거라면 어쩔 수 없지. 되고 보고 해야지. 무조건적인 부지런함은 적당한 시행착오로 두고, 어떻게 하면 그리로 툭 방향을 바꿀 수 있을지 뭔가 어렵고도 두근두근한 생각을 하며, 어김없이 출근을 한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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