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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Feb 04. 2022

회사가 쥐고 있는 나의 것들을 되찾아 올 것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힘을 쓸 것

 회사는 나의 많은 것을 쥐고 있다. 입사를 하면서 나는 거취에 대한 결정권을 회사에 넘기게 되었다. 얼떨결에 일어난 일이었다. 근무지, 근무부서, 직무, 모든 게 회사가 명하는 대로 흘러갔다. 회사의 뜻대로 우연히 흘러들어간 곳이 무작정 나쁘지만은 않았다. 낯선 도시에서의 생활은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고, 사회가 얼마나 냉정한 곳인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보내는 24시간 중 9시간은 회사에 귀속되어 있다. 회사를 가기 위해 준비하고 지하철을 타고, 회사를 가기 위해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뒤로 하거나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잘라내는 것까지 생각하면 나의 많은 시간이 회사에게 달려있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입사를 선택한, 계속 회사에 다니고 있기로 선택한 나의 결정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회사에 내 시간과 거취와 삶의 질을 맡겨두는 건 영 마뜩잖았다. 그래서 은근슬쩍 주도권을 빼오기로 결심했다.


 방법은 두 가지였다. 양으로 승부하거나 질로 승부하거나. 양으로 승부를 하는 것은 회사에 의해 보내지는 시간 이외의 시간을 더 늘리는 것이었다. 그냥 누워있는 거 말고 뭐라도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 하루 24시간 중 6시간을 자고 9시간을 회사에서 보낸다면 나머지 9시간을 내 나름의 의도를 담아 보내는 것이다. 다행히 일주일 중에 5일은 회사를 가고 2일은 가지 않으니 2일도 잘만 보내면 승산이 있었다. 질로 승부하는 것은 결국 이 시간을 살려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기반을 다져야 했다. 건강이 쉽게 상하지 않도록 컨디션을 만들어야 했고, 나로부터 시작된 결과물이 어딘가에 나와야 했다. 그래서 운동과 글쓰기를 첫 단계로 선택했다. 돈을 공부하는 것도 포함되었다. 회사를 다니는 것은 결국 내 한 목숨 부지할 월급이 나오는 것이 99%이다. 사람들이 좋아서 지금 당장 회사를 뛰쳐나오고 싶지는 않지만, 퇴사하고 싶어지면 퇴사를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두고 싶었다. 회사가 내 삶의 배수의 진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회사가 아니더라도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했다. 그렇기에 돈에 관한 공부를 해야 했다. 업무와 상관 없는 책을 읽었고 업무와 상관 없는 것들을 생산해냈다. 회사에서는 내가 내놓은 것들이 좀처럼 결과물로 나타나기 어려웠지만, 나 혼자 해내는 것들은 나름대로 소소한 성과가 있었다. 내가 열어둔 채널들은 나 혼자만의 실험실이기도 했다. 내가 들인 노력이 결과로 직접 이어졌고, 조금씩 수정해나가면서 성공과 실패를 맛볼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그 모든 것들은 나에게 여유를 가져다 주었고 공교롭게도 회사 일에도 도움이 되었다. 당연하게도, 컨디션이 좋아지니 회사에서도 열심히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었고, 글을 쓰는 연습을 한 것은 회사 업무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 스스로가 더 단단해지고, 그 사실이 내가 하는 회사 일에도 묻어난다는 것은.


그러고 보니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일이었다. 내가 억울해 했던 것처럼 회사에서 내가 보내는 시간이 회사의 것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회사 일로 나의 역량을 설명하기가 뭣하다고 생각했던 건 내가 들인 노력이 결과로 나타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서 내가 수행했던 프로젝트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기 떄문이다. 그렇지만 결과가 아닌 행위의 주체만을 따지고 보자면, 어쨌든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은 '내가' 하는 것이지, 다른 누군가가 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치적인 성과가 아니더라도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했으며, 어떻게 하려고 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나는 어떻게 해결하려고 했는지가 나의 정성적인 성과로 묘사될 수 있는 것이다. 일이 잘 안 되면 안 되는대로, '그래, 세상 일이 그렇게 쉽진 않지. 내가 놓친 게 뭐지? 어떻게 하면 내가 그것들을 관리할 수 있지?' 하고 생각해보는 것이 나라는 사람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한 사실까지 깨닫고 났을 때 비로소 나의 하루는 온전히 내 것이라는, 조금 더 성숙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회사원으로서의 하루를 보내다보면 여전히 당황할 때가 많다. 잠시 호흡을 고르며 진정했다가도, 실체가 있는 듯 없는 듯 있는 회사에게 화풀이를 할 때도 잦다. 그러나 시간을 들이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주도권은 나에게 있다는 확신이 섰다.


그렇게 나의 공간과 시간과 자원은 오롯이 내 것이 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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