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나은 내일에 대한 기대가 아닌
언제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했다. 미래지향적이고 목표지향적인 나는 항상 오늘보다 내일은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오늘을 살았다. 실제로 돌아보면 오늘이 어제보다는 나은 것 같았다. 보통 사람들도 내일은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실제로 그렇든, 아니면 오늘 희망이 없었기 때문에 내일은 더 나을 거라고 기대해보는 것이든, 사람들은 보통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려고 하고, 다른 이들에게 그런 말을 덕담으로 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하루에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곤 한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수 없을 만큼 알차고 즐거운 날이었어!'
그런 날은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낫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열심히 살았다거나 어제보다 오늘 더 낫다고 생각하는 건 사실 정량적인 평가에 가깝다. 보통 어제보다 한 일의 가짓수가 늘어나거나, 투입된 시간이 많거나, 효율이 더 높아지는 경우 어제보다 오늘 더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즐겁다는 건 측정하기가 어렵다. 왜 더 즐거웠는지, 왜 더 알찼는지를 알기가 어렵다. 어렴풋이, '혼자만의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서 그런가? 친구랑 보내서 그런가? 오랜만에 밖으로 나가서 그런가? 평소와는 다른 걸 해서 그런가?'라고 생각할 뿐이다. 대체로 늘 하던 대로 하지 않고 뭔가 새로운 걸 하면, 그리고 그 새로운 게 나와 코드가 맞으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글만 쓰다가 그림을 그린다든지, 홈트레이닝만 하다가 맑은 공기를 쐬며 등산을 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기본적으로는 열심히 사는 것도 맞고,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것도 맞지만,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수 없을 만큼 즐겁고 행복한 이런 날도 있어야 한다. 사실은 종종 있으면 좋다. 너무 많고 잦은 전환은 힘이 들 수도 있지만 약간의 힘을 들여서라도 신선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하면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분이 환기되든, 새로운 도전할 거리를 찾든, 어딘가에 진득이 몰입했던 나에게 반하든, 그런 날이 섞여 있어야 살맛이 난다. 오늘의 생기를 미래에 보태지 않고 오늘 꽃 피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평소 같은 일상을 보내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남은 이달 중에 하루 정도는 또다시 그렇게 생각하는 날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동안 거의 해가 있을 때만 외출을 했으니, 오랜만에 야경을 보러 가볼까? 정말 좋아하지만 가본 지도 정말 오래돼서 꿈같아진 동네로 구경을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