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세 가지
일기를 쓰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쓴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그러는 동안 글쓰기로 인한 즐거움을 충분히 누렸다. 크게 달라진 게 있냐고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사람은 누구나 글을 쓰는 게 좋다는 걸 깨달았다.
첫째, 생각에도 맺고 끊음이 필요한데, 글쓰기는 좋은 도구가 되어준다.
나는 내 생각이 '어떡하지?'로 시작해서 '어떡하지?'로 끝나는 일을 자주 목격했다. 말로 해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을 만나서, 회사 사람들을 만나서 식사를 하거나 술자리를 하다 보면, 똑같은 내용이 반복된다. 솔직히 말하면, 1년 전에 했던 얘기를 또 하고 앉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음엔 다른 얘기 좀 하자~ 오늘 얘기했던 거 정리해보고 더 나은 이야기를 하는 거야~'라는 룰이 있는 것도 아니다.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 보통의 위로 안에서 나쁜 생각이나 힘든 감정을 흘려보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의 잡다하고도 멈추지 않는 생각을, 때로는 맺고 끊어줄 필요가 있다. 말은 흘러가게 마련이다. 똑같이 반복하기가 어렵고, 정리되기도 힘들다. 그런데 글을 쓰면 쓰기 전에도, 쓰는 중에도, 쓰고 나서도 내 생각을 다시 따라가보면서 정리를 할 수 있다. 이 다음에 하는 생각이 원래 했던 생각보다 더 나은지는 알 수 없지만,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고, 원래 했던 생각을 기반으로 그 위에 새로운 생각을 쌓아올릴 수 있다.
둘째, 내 생각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어떤 글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나는 글을 쓰면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글에도 분량이 있고 강조되는 문장이 있는 법이다. 그러나 나의 생각을 그저 흘러가는 대로 평등하게 적어가다 보면 큰 생각부터 사소한 생각까지,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심리학 강의 등을 듣다보면 '메타 인지'가 중요하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되는데,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인지를 하는 것이다. 이 상황이 싫다면 '엇, 내가 이 상황이 싫구나'를 인지한 다음, '내가 이 상황을 왜 싫어하지?'하고 원인을 찾을 수 있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다. 내 생각을 글로 적어두고 나중에 그것들을 다시 읽어보면 나름대로 분석도 가능하다. 글을 묶어보고 나눠보면 그 아래에 깔린 근본적인 생각이 뭔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도 있고, 내 생각의 맥이 어떻게 되는지를 짚을 수도 있다.
셋째, 글을 쓰다보면 스트레스 관리가 된다.
글을 쓰는 것은 어떻게 보면 배출 행위이다. 내가 속에 담아두고 있던 것을 써내려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담을 할 때에 내 고민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지는 못해도 누군가에게 나의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듯이, 글을 쓰면서 내 감정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정리된다. 특히 브런치처럼 글을 쓰기에 적합한 플랫폼에서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내 글을 볼 수도 있다. 때로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나로 인해 위안을 받기도 하고, 그들이 남긴 댓글에 내가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오히려 나를 아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하기는 어려운 것에 대해 위로를 받으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마음이 따뜻해지고 응원을 받는 기분이 든다. 설령 그 응원에 영혼이 안 담겼다고 해도, 뭐 어떻나 싶다. 사람의 영혼은 본인 스스로에게 잘 담겨 있으면 되는 것을.
최근에 일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강연이 있었는데, 요즘 TV, 유튜브, 책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김경일 교수님의 강연이었다. 일기를 쓰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이유가 뭔지를 알려주셨다. 매일의 할 일을 꾸역꾸역 하게 해주는 살짜쿵의 행복이 뭔지를 인지하는 데에 일기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내일도 출근을 하게 하는 친구와의 통화 10분, 내일도 문을 열게 하는 곱창에 소주, 내일도 운동을 가게 하는 한 캔의 맥주(?) 등 내가 어떤 것으로부터 작은 행복을 느끼는지, 오늘 비록 힘들었지만 내일 또 할 일을 꾸역꾸역 하게 해주는 게 뭔지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 역시도 나도 알 수 없었던 내 안의 작용을 인지하게 해주고, 스트레스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글쓰기의 순기능이다.
참으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어릴 때 일기 쓰라고 할 때 좀 잘 쓸 걸. 앞으로도 글쓰기의 매력을 마구 느껴 나가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