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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Feb 16. 2021

잔금일에 나타난 집주인의 아버지

만 25세, 집을 사기로 결심하다


 계약일에 매도 당사자,
잔금일에 대리인이 나온다면



  집주인 분은 경제활동을 하시다 보니,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마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는 이런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집주인과 대면해야 하는 경우는 두 번이 있습니다. 계약을 할 때와 잔금을 치를 때입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본인이 못 올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대리인을 쓰게 됩니다. 주로 배우자, 부모 등이 자리에 나옵니다. 제 경우에는 계약일에는 집주인이 직접 나왔습니다. 잔금일에는 집주인의 부친이 나왔습니다. 제 경우처럼 계약은 당사자가 하고, 잔금일에는 대리인이 온다면 위임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계약일에 신분증과 등기 등 서류를 모두 같이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신분증을 통해 계약서에 작성된 인적사항과 등기에 있는 개인정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이 일치하는지 확인했으므로, 신분증-등기 대조를 통해 등기 상의 이 집이 신분증 속 이 사람의 것이라는 것, 실물-신분증 대조를 통해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집주인이라는 것, 이 모든 것을 토대로 계약서 작성을 하면서 나는 집주인인 이 사람과 이 집에 대해 계약을 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추가로, 계약금 수령 계좌도 집주인의 계좌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잔금일 때 대리인이 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계약일에 대리인이 나온다면



 하지만 계약을 대리인이 진행할 때에는 위임장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은 부동산에서 먼저 챙겨주겠지만 그래도 해당 내용을 알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찝찝한 부분을 짚어낼 수 있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임장은 위임자(집주인, 계약 당사자) 인적사항, 수임자(대리인) 인적사항, 위임한 부동산, 위임 권한의 범위나 금액 등이 적힌 문서입니다. 그리고 위임장과 더불어 매도 당사자의 인감증명서가 필요합니다. 이 계약서에 찍히는 인감도장이 매도 당사자의 것임을 증명하기 위함입니다.

 대리인 계약은 아무래도 당사자 계약보다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계약까지를 대행하는 것인지, 계약금 수령까지 대행하는 것인지도 잘 살펴봐야 합니다. 집주인이 직접 계약일에 모습을 비추는 게 맞고, 집주인의 명의로 된 계좌로 거래를 하는 게 맞습니다. 계약금 수령까지 권한을 주는 경우, 그것이 대리인에게 수고비를 주는 개념이든, 어떤 약속에 의해 그렇게 하게 된 것이든, 그건 집주인과 대리인의 문제인 것이지, 저까지 거기에 개입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기를 치려는 남이야 말할 것도 없고, 가끔은 부모, 부부, 자식의 재산을 당사자의 허락 없이 계약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그쪽의 사정은 알 것도 없고,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위임장을 잘 챙겨야 합니다.



그들의 귀찮음이 나의 찝찝함이 되지 않도록



  하지만 사기를 치려는 사람은 작정하고 사기를 치기 때문에 신분증과 인감도장을 슬쩍 가져가 인감증명서도 쉽게 대리발급받고, 대리인 위임장도 본인인 듯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사자와의 확인이 필수입니다. 하다못해 통화라도 해서 녹음을 해둔다든지, 위임장에 공증을 받는다든지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물론 번거로울 수도 있고,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부동산중개사가 뭐 그렇게까지 하려고 하냐며 면박을 주거나 은근슬쩍 넘어가려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하게 하려면, 힘들게 번 내 돈을 떼이지 않으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르고 똑똑한 부동산중개사들은 알아서 매도인이나 매수인 측 모두에게 "본인이 오시는 게 좋죠."라는 말을 해줄 것입니다. 본인들에게도 계약에 대한 책임이 있으니까요.

 이처럼 계약에 참여하고 개입하는 다른 사람들의 귀찮음이 나의 찝찝함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물론, 제가 매수인으로서 대리인을 내세울 때도 나의 귀찮음이 그들의 찝찝함이 되지 않도록 필요한 서류를 꼭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에 있을 때 종종 뵀던, 아주 부자이신 거래처 사장님이 해주시던 말씀 중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진짜 치밀하고 무서운 놈들은 집 사고 나서 인감도장 불태운데이. 혹시 마누라나 자식들이 자기 몰래 집 팔까 봐.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아이가."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모르고 하하 웃어넘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당사자의 의사를 분명히 해두고 계약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집의 권리관계를 넘기는 데에 제가 해야 할 일은 다 했습니다. 아주 흐뭇한 일만이 남았습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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