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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Jun 22. 2022

30평짜리 집이 목표가 되는 게 맞냐고?

무엇이 호연지기인가

내 집 마련에 관한 책을 내고, 부동산에 관련된 영상을 보면서 종종 보게 되는 댓글 중 인상적인 것은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  마련을 목표로 하면 현타 오지 않나요?' 여기에는  가지 생각이 깔려있는 거라고 추정해볼  있다. 그냥 오늘 맛있는  먹고 사고 싶은  사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 그리고 미래를 위해 돈을 아끼는  힘들다는 .  마디로 귀찮고 참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 계산만 해봐도 현재의 나를 풍요롭게 하다가는 미래의 나를 지켜줄  없다는  확인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저축을 하고 대비를 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는 현재가 아니기 때문에 미래의 나를 미래의 나에게 맡겨버리는 선택을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있다.  경우   마련의 시점을 당겨보는 것도 괜찮을  같다. 나는 3천만  이하의 목돈으로 지방 소형 아파트를 구매했고, 수도권에 전세를 끼고 실거주 목적의 집을 사뒀다. 당연히 30평대도 아니고, 대단지 아파트도 아니고, 남들이 부러워라 하는 좋은 아파트도 아니지만, 저렴한 집이라도  집은  집이다. 같은 3천만 원이라도 예금에 들어있는 것과 집을  것은 사뭇 다르다. 집을 사기 전보다 좋은 집에 대한 목표의식이 뚜렷해졌고, 걱정되거나 힘들기보다는 앞으로가 기대된다. 그리고   마련을 목표로 한다고 해서 매일같이 졸라매고 살아야만 한다는 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늘에 대한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균형을 잡아나갈  있다(치킨 먹고 싶을  먹어도 되잖아...).


둘째는 ' 멋진 ,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생각을 해야지   마련이 인생의 목표인  ...' 하는 케이스다.   마련은 세속적인 목표이며 청년으로서   거창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호연지기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호연지기는 맹자가 제자에게 해준 말이다.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니 다음과 같은 뜻이라고 한다.

"세상에 꺼릴 것이 없는 크고 넓은 도덕적 용기"

호연지기라는 말을 처음 들은 건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훈화에서였다. 교장선생님의 훈화를 잘 듣고 훈화 일기를 잘 쓰면 상도 줬다. 나는 그 상을 무수히 많이 받았다. 좋은 일인 줄 알았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나는 그냥 말 잘 듣는, 세뇌당하기 딱 좋은 어린이였을 뿐이다. 세상에 좋은 말은 너무나도 많다. 위인도 정말 많다. 하지만 그저 '크고 훌륭한 일'이라는 관념은 실제로 살아가는 데에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이상주의적인 면모가 있어서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놓지 않고 싶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생각이 들길, '나는 확률상 인류의 역사에 소수만이 존재하는 위인은 될 수 없겠군. 평범하게 잘 사는 방법을 찾아야겠군' 하는 것이었다. 나는 호연지기 따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를 허겁지겁 살아내는 보통 사람 중 하나이지 않은가.

돈으로   있는, 개인에게 가장 가치 있는 재화가 집임은 부정할  없다. 집은  사람을 둘러싼 가장 중요하고 고유한 공간이다. 어떤 집에 사느냐가 나의 전반적인 일상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는다. 좋은 , 넓은 , 창밖으로 좋은  보이는 , 조금만 나가도 활기가 넘치고 편리한 집에 사는 마음과 지금 내가 자취를 하고 있는  칸짜리 방에 사는 마음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을까. 좋은 집에 사는 것은 나의 안식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마련은 이러한 평범한 사람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적당한 벌이를 하며 꿈꿀  있는 괜찮은 목표다.


사실   가지를 말하기에 앞서, 목표란 무엇인지, 어떤 기능을 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실제로   마련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사람이 집을 사고서 현타를 느꼈다는  가끔   있다. 그런데 현타가 오는 이유는 '  마련' 목표로 두었기 때문이 아니다. '목표' 세우고 이뤄냈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내다가 어느새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공허함이 찾아올 수도 있다. 연구결과 같은   적이 없지만 아마 사람이라면 99% 그런 경험을  거라 생각한다. 세상만사가 따지고 보면 별로 중요한 일도 없고,  에너지를 온전히 쏟아부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일도 그리 많지 않다. 온전히 쏟아내고 나서 돌아보면 당연히 허무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련은 목표로서 충분히 좋은 소재  하나임이 틀림없다.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해서 목표가 복잡하게 생겼거나 거창하거나 관념적일 때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가시적일 때에 움직인다. 멋진 사람, 용감한 사람이 되는  목표로 세우고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 그런  누구나 꿈꾸는 거고 누구나 명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행동강령 같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눈에 보이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어떤 것이다.  억지스러워 보여도 구체적인 숫자를 목표로 두라고 할까?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은 목표로서 기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목표 하에서는 어디로 달려가야 할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에 30평짜리   마련' 목표가  자격이 충분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살아야 하고,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하고, 열심히 돈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좋은  마련' 열심히 살아낸 사람의 괜찮은 산출물이다.


물론   마련이 목표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그걸 미심쩍게 보는 사람도 모두가 알고 있다.   마련은 재무적인 목표이지 인생의 목표 같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사실은   마련이 목표인지 수단인지, 인생의 목표인지 재무적 목표인지 필요가 없다. 누구에게는   마련이 멋진 삶을 대표하는 상징이   있고, 저마다의 목표는 각자가 세우는 각자의 것일 뿐이다. 또한   마련을 하기 위해서,   마련을 하고 나서 어떻게 살지는 다른 이야기이다. 누군가가 말하는 대로 뭔가 거창한 일을  수도 있고, 많은 이들이 그렇듯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비슷한 형태로 평범하게 살아갈 수도 있다.   마련과 별개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목표는 언제든지 수정할  있고, 여러 가지 목표를 추구할 수도 있으며, 하나의 목표를 이룬 후에   목표를 세울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마련을 목표로 세우는 것을 구태여 피할 이유가 더더욱 없다.


나는 인생에 별다른 목표가 없는 사람일수록   마련을 목표로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살아갈 거니까, 해보고 나서 논하는 것도 늦지 않다. 무엇보다 집을 사보고 나서   마련이 목표가 되어서는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금  빨리 깨우칠  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다. 분수에 맞지 않는 집을 사서 빚더미에 앉는  아닌 이상,  과정으로 가는 길을 즐길  있을 것이고, 안락하고 독립적인 나의 공간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나의 좋은 집에 는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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