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글똥글 귀여워질 때까지
주변 사람들이 회사 다니는 거 말고 뭘 할지 모르겠다고 해서 글을 써보라고 하면 글을 잘 못 써서 안 된다고 한다. 그건 글을 쓰는 게 귀찮거나 진짜로 스스로가 글을 못 쓴다고 생각하는 것 둘 중 하나일 텐데, 전자의 경우 쓰고 싶어지면 쓰면 되고 아니면 어차피 안 할 거니까 딱히 할 말은 없다. 남이 해주는 동기부여는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기 시작했을 때 동기를 강화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강요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이미 글을 쓰고 싶어서 기웃기웃하고 있는데, 진심으로 글을 못 쓴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똥글도 일단 써보라고 하고 싶다. 말을 그렇게 잘하면서 글을 못 쓴다니. 아마도 분명히 잘 쓸 걸. 게다가 말은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는데, 글은 수십 번도 더 퇴고할 수 있는 걸. 글은 쓰면 글이다. 누군가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너의 글은 의미 없는, 흑역사가 될 배출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지만, 알 바인가? 똥글도 일단 쓰는 거다.
일단 쓰다 보면, 연습하면 글 솜씨도 는다. 그게 양이든 질이든 말이다. 물론 나도 그리 훌륭한 경지에 다다른 게 아니라서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싶긴 하지만,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과거의 내 글을 보면 '뭐 이렇게 끝나?', '왜 이렇게 쓸데없는 에피소드를 갑자기 넣어놨어?'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근래에 쓴 글은 그래도 조금 나아졌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전달되는 거 같다.
글의 좋은 점은 문맹이 아니라면 모두가 접근 가능한 표현 수단이라는 점이다. 작곡을 하나도 몰라도 좋은 노래를 아는 것처럼, 글도 읽어보면 좋은 글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심지어 작곡과는 다르게 글쓰기는 기술적인 스킬 같은 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펜과 종이, 혹은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충분히 써낼 수 있다. 그 말은 바꿔 말하면, 내 글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면 괜찮게 가꿀 수 있다는 말이다. 일단 쓰고 다음날 아침에만 다시 봐도 고칠 점 투성이이다. 나는 글을 수시로 써두는 편인데 분명 어제는 다 쓰고서 읽어 봤을 때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던 글이, 오늘 아침에는 복잡하고, 의미 없는 은유 투성이에다가, 억양이 반영되지 않아서 오해를 일으킬 소지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마치 내 생각이고 내 글이지만 처음 본 것처럼 다시 고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글을 잘 쓸 필요가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글을 쓰는 것의 제1 목적은 나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성 글을 쓰려면 공부를 많이 해서 요약을 잘하고 여러 원천에서 나온 생각들을 잘 합쳐야 한다. 우리가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고도 쓸 수 있는 글은 결국 내 마음에 관한 글이다. 정보성 글을 특별히 쓰고 싶은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그다음이어도 된다. 물론 내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부자연스럽고 어색하고 민망할 수도 있다. 글을 1년 넘게 써오면서 느낀 것은, 무거운 마음을 글로 풀어놓고 '알고 보니 별거 아니었잖아?' 하고 내 마음을 먼저 가볍게 해야 나의 여러 감정들이 남에게도 사뿐히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잘 쓴 글이 아니어도 된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노래가 아니더라도 마니아층이 존재하는 것처럼 글도 누군가의 마음에는 깊이 가닿을 수 있는 글이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뭐든 그렇지 않은가. 하다 보면 방법을 찾게 된다.
그렇게 일단 써보자. 쓰다 보면, 똥글이 똥글똥글 귀여워 보이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나를 담았기에, 나를 닮았기에, 세상에 유일하고도 특별한 그런 귀여운 글이 될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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