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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Aug 12. 2022

내가 자존감을 발휘하는 세 가지 원칙

때로는 자존감의 존재를 잊어버린다

나는 자존감이 높은 편이다. 내가 할 수 없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라면 지금보다 더 멋지게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러나 막상 결정의 순간, 행동에 나서야 할 순간이 닥치면, 특히 그간 내가 잘 만들어온 스스로의 모습을 내려놓아야 하는가 마는가에 관해서라면, '내가 뭐라고', '우스워지면 어떡해'라고 생각하곤 했다. 툭 까놓고 말하면 그간 내가 살아온 방식과 나의 모습을 잘 아는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살까 봐 걱정됐다. 회사원이라는 가장 편하고 안전한 길을 가면서도, 다른 재미난 건 없을까 하고 딴 눈을 팔고 싶은데, 남들의 시선 때문에 단속하는 것이다. 감정이나 태도가 으레 그렇듯이 자존감도 여러 다른 것들과 얽혀 있다.

그렇게 자만과 겸손, 자신감과 체면치레 어디쯤에서 내 자존감은 선택적으로 발휘되고 있었다.


지금에 만족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존감과 낯부끄러워질까 걱정하는 자존감이 싸우는, 그야말로 자존심 강한 두 천재가 맞붙는 형국이었다. 싸우고 비기고 내적 갈등을 하는 동안 감정 소모가 심했다. 실제로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 사실상 낯부끄러워질까 봐 걱정하는 자존감이 이기고 있는 형세였다.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은 자존감이 이기고 있었던 것은 학창 시절, 대학교 시절까지 도합 17년의 시간 동안 그럼 나는 뭘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몰비용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지만, 인간은 역시나 비합리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마주한 현실, 매일 보내고 있는 일상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싫었던 어떤 날에, 지난 시간은 더 이상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이제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세 가지 원칙을 갖고 자존감을 발휘하기로 했다.


첫째, 늘 나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자존감을 발휘한다. 발전이라는 단어를 나쁘게 볼 사람은 없다. 그러나 어떤 일을 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내가 발전할 것임을 확신하는 사람도 드물다. 행동을 할지 말지를 그 행동을 통해 발전할 것이다, 발전하지 않을 것이다, 하고 두고 본다면 발전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실행으로 옮기기가 어려운 법이다. 물론 어떤 경험에서든 배울 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손발이 움직이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따라서 '변화'라는 가치중립적인 단어를 사용해서, 변하는 것 그 자체가 나에게 의미가 있다는 것을 늘 명심한다. 지금과 다른 것들, 새로운 시도들을 해나간다. 그리고 그것을 해낼 수 있다고, 언제나 그래 왔듯이 내가 할 수 없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조금 살아보긴 했다고, 뭐든 닥치면 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둘째, 나 자신에게, 미래의 나에게 자존심을 세우는 방향으로 자존감을 발휘한다. 나는 남들의 시선을 꽤 많이 신경 썼다. 내가 안 하던 짓을 하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우습게 여기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은 나에게 신경도 안 쓴다는 말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남이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지만 행동을 하는 데에는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스스로가 확신이 없는 게 문제다.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미래의 나에게 물어본다. 지금 이걸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후회할 것 같다고, 어린 날의 네가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시도도 못해보고 등 돌렸냐고 자존심 상하는 질타를 받을 것 같으면 자존감을 발휘하면 된다.


셋째, 때로는 자존감의 존재를 잊어버린다. 어떤 때에는 나는 잘한다,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러지 못할까 봐 걱정을 하느라 한 세월이 가기도 한다. 그러니 할 수 없다는 생각도 버리고,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버린다. 그냥 한다. 그냥 하다가 자그마한 희망이 보이면 그때 다시 자존감을 활활 태운다.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상하지 못하는 일들은 해나가면서 대처한다. 그냥 한다.


꽤나 그럴듯한 원칙들이었다. 그렇게 자존감을 발휘하는 동안 행복하고 즐거웠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갈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내 세상에서 나를 올바르게 존중하는 마음을 지켜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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