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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Aug 15. 2022

마스터키가 되고 싶지 않다

직장 동료의 엄청난 인사이트

업무를 함께 하고 있는 개발 파트의 동료들과 메신저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나: "낄 데 안 낄 데 다 끼는 제가 이번에도 데이터 분석 교육을 들으러 가게 될 거 같습니다ㅋㅋㅋㅋ"


그러자 동료 한 분이 팀에서 이 일 저 일을 하는 나를 두고 너스레를 떨었다.

동료 A: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마스터키라고 생각하시죠ㅋㅋㅋ 캬- OOO팀의 마스터키!"


마스터키는 다른 분들도 종종 붙여주셨던 별명이다.

나: "너무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잘하지는 못하네요^^...ㅋㅋㅋ 그런 중요한 역할을 하긴 싫은데 말이죠ㅋㅋㅋ"

그러자 다른 분이 말씀하셨다.


동료 B: "마스터키는 보통 잘 안 쓰이니까 좋은 거 아닌가여"


세상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동료 B의 말은 어차피 문과생이고 기획자인 내가 데이터 분석 등 이런저런 것을 배워도 결국엔 개발자가 일을 할 테고, 따라서 내가 데이터 분석을 잘해도 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마스터키는 보통 쓰이는 일이 없는 것처럼 나 역시 부담을 갖고 일하지 않아도 되니 좋은 거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을 듣고는 내가 평소에 나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에 대해 몇 가지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일단 '내가 평소에 나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라는 것은 내가 대부분의 것들을 어느 정도는 잘하지만 어느 것 하나를 빼어나게 잘하지는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내가 정말 잘하는 것, 정말 좋아하는 것 하나를 아직 찾지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헤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이것저것을 애매하게 잘하는 것이 무엇이 그리 문제인 건지, 왜 나는 빼어난 하나를 찾지 못해서 불안해하는 건지, 한 단계 더 근본적으로 들어간 이유는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 부분이 동료 B의 말을 듣고 명확해졌다.

'쓰임이 없거나 별로 없다'

나는 그 상태가 싫었던 것이다.


세상에는 전문가가 많다. 그들은 쓰임이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는 쓰임이 없다. 사람들이 '우리, 당신 같은 사람 필요해요!'라는 말에서 '당신 같은 사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열쇠를 잃어버리지 않는다. 마스터키는 말이 좋아 마스터지, 임시방편이다. 나는 이따금씩 내가 콩쥐의 깨진 항아리를 온몸으로 막아준 두꺼비 같다고 생각했다. 그럴듯한 항아리를 빚기보다는 이 항아리 저 항아리 깨진 부분을 막아섰다. 물론, 그 역할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직 무르익지 못한 나에게 필요한 연마의 과정이다. 또한 꼭 다른 사람에게, 이 사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내가 나로서 행복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 둘이 별개의 문제인 것도 아니다. 나는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 다만 언젠가는 쓰임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이 나를 필요로 했으면 좋겠다. 경비원의 서랍 깊숙한 어딘가에 꽁꽁 숨어있고 싶지 않다.


>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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