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잘 사는 진리 Aug 17. 2022

형식과 내용을 하나씩 선택하세요

그러면 대체 불가능한 내가 될 수 있습니다


마스터키가 되고 싶지 않은 나는 나 자신이 쓰임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결론짓기를, 쓰임이 없다는 것은 정확히 말하자면 쓰임이 규정지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내가 잘하는 몇 가지 중 하나만 집중적으로 개발해서 안(not) 마스터키가 되는 것이다. 하나의 독립적인 키가 되어 내가 맞춤인 집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쓰이는 것이다. 즉,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다른 길은 나의 쓰임을 내가 정의 내리고 어필하는 것이다. 시간과 에너지가 적잖이 들 수 있지만 충분히 의미가 있다. 희소한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두세 가지의 특징들을 결합하면 독특한 나만의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


사실은 성공한 많은 경우가 두세 가지 장점의 결합으로 탄생한다. 대체로 형식 하나, 내용 하나를 최소한의 규격으로 한다. 글 쓰는 판사, 유튜브 하는 의사 같은 것이 예시가 될 수 있다. 조금 더 응용하면 의사 친구들끼리 모여서 유튜브를 한다든지, 같은 병원 동료들끼리 모여서 유튜브를 한다든지, 의사 형제가 유튜브를 한다든지 하는 변주도 가능하다. 회사원이라면 취미와 결합될 수도 있고, 말 그대로 문과 개발자가 될 수도 있다.


말과 글, 그림, 노래, 춤, 여타의 표현방식 중에 저마다가 가장 잘하는 게 한 가지는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여러 스타일이 있다. 논리적으로 말하지 못해도 재밌게 말할 수는 있다. 혼자 말하는 건 못해도 티키타카에는 능할 수도 있다. 유쾌하지 못해도 진정성 있게 이야기할 수는 있다.


내용은 일단은 관심 있는 걸로, 지속이 어려우면 공부해서 채워 넣어 보고, 그게 아니면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따라서 시도해보면 된다. 옷, TV 프로그램, 핫플 리뷰부터 시작해서 꾸미는 것, 재밌는 것, 여행까지 충분히 확장해갈 수 있다. 하다가 이게 아닌 거 같으면 전향하는 선택권도 있다. 늘 같은 걸 해나가기는 어렵다. 그건 나의 자유이므로 꾸준히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하여 형식과 내용을 하나씩 선택하면 나만의 무언가가 생긴다. 그리고 그 길로 나아가다 보면 방향성도 생긴다. 험난하고 어두웠던 시야에 때로는 맑디 맑은 직선의 탄탄대로가 놓여있을 수도 있다. 나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것은 색을 정의해놓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무작정 나아가기 시작하면서 내가 지나온 길마다 내 생각과 행동들이 비슷한 색을 묻히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잘 눈치채면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대안이 있는 것과 대체 불가능한 것은 다르다. 대안은 언제든지 존재한다. 다만 내 색깔이 묻어나기 시작하면 나와 꼭 같은 쓰임을 갖는 사람은 드물고, 그때부터는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는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글을 쓴 것을 말로 하는 것도 가능했다는 점이다. 브런치, 블로그, 유튜브를 했다. 내용은 그냥 직장인이 갖은 방법(?)으로 열심히 살아보는 걸로 했다. 재테크도 하고, N잡을 찾아보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것들, 행동하는 것을 방해했던 생각을 극복한 내용들을 쓰고 말했다. 내가 아직 뚜렷한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으니 그저 열심히 살아보는 것이 나의 정체성이었다. 자기 계발과 재테크를 하는 직장인 블로거 겸 유튜버랄까?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배우고 싶은 것도 생겼다. 글 잘 쓰는 법, 말 잘하는 법, 영상 잘 만드는 법,... 그야말로 자기 주도적 학습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다시 글감과 말감이 되었다.


이미 많은 직장인들이 블로그, 유튜브 등을 하고 있으니 말로 내가 특별할 것은 없다. 그렇지만 나의 태도나 말투, 분위기 같은 것들이 잘 다듬어지면 나도 쓰임이 있는 크리에이터, 나만의 색깔이 있는, 대체 불가한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존심만 내세우며 평생을 주어진 길 안에서만 살아온 나에게는 이러한 자신감이 생긴 것만으로도 껍질을 깨고 나온 거다.


대체 불가능한 내가 되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마스터키가 되고 싶지 않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