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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Sep 09. 2022

조급하게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경계하세요

갑자기 깨달은 인생의 진리

'조급하면 일을 그르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최근 몇 년 간 우리를 들들 볶아대는 것들에 무수히 노출되었다. 정치, 경제 등 뉴스 기사도 그랬고, 부수입, N잡, 무지출챌린지 등의 유행도 그랬다. 영끌, 빚투 등 어쩌면 미래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억울하다고 항의할지도 모를 일들도 생겼다. 이것들을 모아서 결론을 내면 세상 사는 것이 녹록지가 않아서 돈은 쓰지 않고 일은 더 많이 하는데 이루어진 건 없고 빚만 남은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각 없이 듣다 보면 그 사람 말처럼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는 내 집 마련에 관심이 많으니 그걸 예시로 들자면, 우선 정보량이 많다는 것 자체가 혼란스러운 일이다. 눈을 뜨고 감을 때까지 부동산 이야기를 듣지 않고 보지 않고 지나간 날은 한 손에 꼽지 못한다. 그런 날은 없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집값이 상승할지, 하락할지, 어디가 호재가 있는지를 말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정보들 속에서 원칙을 만들라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알고리즘은 내가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줄 알고 부리나케 부동산 관련 영상의 썸네일을 띄웠다. 지금 이걸 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조급함에 사로잡혀 본 영상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집을 안 사면 큰일 나는 것처럼, 앞으로 기회는 없는 것처럼 말하기도 했고, 가진 돈을 다 털고 영끌을 해서 집을 사라고 재촉했다.


결국 원칙이 없었기 때문에 속절없이 흔들린 것이다.  내가 모를 때는 모르는 대로 조급했고, 조금 공부를 하고 나니 또 그런대로 조급해졌다. 세상은 떠들썩한데 내 일상은 고요하게 흘러가는 아이러니 속에서 혼이 빠질 지경이었다.


물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무조건 틀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말도 맞을 수 있고 저 말도 맞을 수 있다. 공부로 치면 유명한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것도 맞고 문제풀이 3회독을 하는 것도 맞다. 부동산으로 치면 기회를 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입지가 좋은 곳에 집을 사는 것도 맞고 지방에 작은 아파트부터 시작하는 것도 맞다. 주식으로 치면 장기투자를 하는 것도 맞고 차트 투자를 하는 것도 맞다. 어차피 다 그 방법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나와서 이야기하는 것이니 어느 것 하나 틀린 방법이라고 할 수가 없다.


원칙을 따르는 것은 느리고 평범하게 느껴진다. 별 다를 것 없는 이야기, 따분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원리와 원칙은 반드시 필요하다. 변주는 나중에 줘도 된다. 공부 잘하는 법으로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라고 하면 '에잇! 쟤 비법 있는데 안 가르쳐준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시험은 교과과정에서 다룬 내용으로부터 비롯되므로 교과서를 봐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싫어한다. 나는 빨리 뭔가를 손에 쥐고 싶은데, 한참을 돌아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수학의 정석을 정독하는 것보다는 족집게 과외를 받고 싶어 한다. 원칙이 있다는 것을 믿지도 않는다. 원칙을 가르쳐 주는 사람은 고리타분한 사람으로 전락하고, 원칙 외의 것을 가르쳐 주는 사람은 남다른 인사이트가 있는 대단한 사람이 된다. 때로는 종교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믿음이다.


그들은 빨리, 높이 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반드시 내 말을 들어야 할 것처럼 강하게 이야기한다. 그게 카리스마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마음을 기댈 곳을 찾고 있던 사람들은 거기에 열광하고, 무엇을 하든 그 사람의 말을 허겁지겁 따른다.


그러나 조급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말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교주를 만나면 안 된다. 동료를 만나야 하고 선배를 만나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토대로 나를 뿌리내리게 해 줄 원칙을 만들어야 하지, 내 뿌리를 남에게 두면 안 된다. 이러한 맹목적인 믿음에서 생기는 문제는 의존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 배신당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믿고 시간과 돈, 에너지를 투자했다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기꾼은 나에게 손실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사기꾼이 아니라 그저 똑똑하고 마음씨 좋은 싹싹한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던 사람을 사기꾼 취급하게 되는 걸로 나쁜 결말을 맞지 않으려면 기본을 알아야 하고 스스로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기본에 충실하기 싫어서 빙빙 돌기만 했던 나는 결국 기본을 따르기 시작했을 때부터 모든 게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기본이 없는 상태에서 화려해 보이는 것들에 홀려 조급해하지 말자. 기본을 익히고 원칙을 만드는 데에 신경을 기울이자. 조급하게 만드는 사람을 교주로 받들지 말자. 함께 걸어갈 동료와 조금 앞서 나가 있는 선배를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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