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자기 계발을 왜 할까? 자기 계발에는 믿음이 있다.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을 거라는 믿음이다. 심심풀이용으로, 킬링타임용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뚜렷한 목적이 있다.
'내가 오늘 이 책을 읽어내면, 이 귀찮은 것을 해내면, 미라클 모닝을 해내면 내일의 나는 더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
자기 계발을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느낀 것은 자기 계발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인데, 그건 다름 아닌 '자기 안정'이었다. 내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자기 계발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다. 나는 성장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있는 사람이라 당최 불안해서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자기 계발을 시작했다. 그런데 마음이 불안한 상태로는 뭐가 제대로 들어오질 않았다. 빠르게 가는 방법, 최소한의 노력을 들이는 방법, 요행에 가까운 방법이 더 눈에 띄었고, 내 마음이 안정되어 있질 않으니 하나에 집중하질 못했다. 하나를 하면서도 다른 것에 눈길이 가고, 그러다가 잘하고 있던 것을 때려치우고 다른 길을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가, 또 다른 길을 갔다가, 결국 이도 저도 아니게 되기도 했다. 물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책을 읽고 이것저것 경험하고 생산물을 내다보니 나에게 맞는 게 뭔지를 알게 되고 그에 따라 안정감이 생기기도 했지만 먼 길을 돌아온 느낌이다.
그렇다면 안정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은 인정이 필요하다. 내가 이제 막 시작했고, 나에게는 나만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름길이 아니라 정도를 가야 한다는 것, 꾸준히 오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에는 나보다 훌륭한 사람들이 더 많고, 그 사람들이 다양한 경로로 나에게 가르침을 전달해주고 있다. 그런데 그게 가끔은 나를 조급하게 만들기도 한다. 눈에 띄는 성과가 없으니 지쳐버리기도 한다. 성과의 코 앞에서 동력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내가 느릿느릿한 거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싫을 수도 있다.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난 토끼이고 싶었는데, 거북이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답은 하나인 것이다. 그냥 나아가는 것이다. 한 걸음이라도 떼야지 어떡하겠어, 다른 수가 있나? 별 수 없다고 생각하고 한 발짝씩 나아가면서 그래도 오늘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사실에, 나의 희망이 제대로 된 모양을 갖추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안정을 찾으려면 스스로를 인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왜 성공한 사람들은 항상 스스로가 가진 것에 감사하라는 조언을 해줄까? 많이 가졌으니 고마워하고 행복해하라고?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지해야 앞으로 그 자원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게 어딨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분명 내가 가진 것이 존재한다. 물질적인 것이든 인격이나 태도에 관한 것이든 내가 살릴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내가 어른들 말씀이나 잘 듣고, 내가 내 인생을 설계하지 못하고 그저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게 불만이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그 시간 속에서 끈기를 익혔고, 상대에게 믿음을 주는 법을 익혔고, 하여튼 기회가 주어지기만 하면 꽉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아마 시시때때로 현타가 올지도 모른다. '내가 가진 게 많긴 개뿔' 할 수도 있다. 사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가진 게 없어서 열받아서 앞으로 나아가든, 가진 것들로부터 응원을 받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든, 스스로가 취사선택을 해서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을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다시피 긍정의 힘이란 게 분명 존재한다. 부정적인 생각에 이 악물고 질질 끌려가는 것과 긍정적인 생각으로 내 일상과 미래를 끌고 가는 것은 차이가 크다. 내가 가진 게 무엇인지, 내가 그토록 한심해하던 과거 속에서 나의 어떤 좋은 모습들이 만들어졌는지를 알아챈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앞길이 마냥 두렵고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땅을 잘 다져놓아야 그 위에 건물이 서는 것처럼, 자기 계발 역시 스스로가 안정된 상태에서 올라가야 제대로 빛을 발휘할 수 있다. 내가 가진 것을 활용하여 꾸준히 노력하고 결국엔 내가 원하는 것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져보자. 아마 그저 불안한 마음만 갖고 읽던 책도 다르게 느껴질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