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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Oct 21. 2022

7년간 책 0권 읽던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과정

어르고 달래기?

누구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책을 실제로 읽기는 어려워한다. 나는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책 읽는 것을 꽤나 좋아했는데, 입시를 위한 독서를 하고서부터 흥미가 완전히 떨어져 버렸다. 그렇게 대학생 때에도 수업을 위한 책을 읽었을 뿐 책 읽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 거의 7년 동안 0권을 읽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다가 직장에 들어온 후 조금씩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스스로를 어르고 달랜(?) 과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일단은 답답해야 한다. 책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은 현생이 적잖이 답답하다는 뜻이다. 그동안은 세상에 재밌는 것들이 많았다. 무슨 일을 하든 계기가 필요한 법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남의 지혜를 빌려서 해결하고픈 문제가 있어야 한다. 책은 보통 지혜의 창고에 비유되곤 한다. 지혜를 얻고 싶다는 것은 내가 오늘을 잘 살아갈 지혜가 없을 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을 때 드는 마음이다. 그런 게 아니라 그저 남들이 책 읽는 게 좋다기에 읽으려면 쉽지 않다. 다만 다음의 방법을 쓰면 책을 읽는 것이 조금 덜 어렵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 한다. 그게 설령 만화책, 소설이나 에세이더라도 상관없다. 읽고 싶으면 그걸 읽는 게 안 읽고 싶은 책을 억지로 읽는 것보다 낫다. 만화책은 책으로 취급 안 해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허세가 쩌는 거라고, 뭘 모른다고 생각해버리자. 책이라는 매체 자체에 흥미를 붙이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다가 조금 더 마음이 동하면, 인생을 더 잘 살아가는 데에 힌트를 얻고 싶어지면 자기 계발서라든지, 구체적으로 분야가 정해진 책을 읽으면 된다.


유튜브에 관심이 가는 책을 검색해보거나, 특정 책을 추천해주는 영상을 보고 책을 선정하는 것도 괜찮다. 어느 책에서 본 내용인데, 인류가 텍스트에 익숙해진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며, 책을 읽는 문화는 소수에 의해서만 향유되었다고 한다. 책보다는 영상을 볼 때에 더 잘 집중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그러니 유튜브를 통해 예고편을 본다고 생각하며 읽고 싶은 책을 골라본다. 영상을 보다가 '오, 한 번 읽어보고 싶네'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다면 그 책을 읽으면 된다. 유튜브 영상에서는 책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서 전달해주는 경우도 있고, 책을 거의 다 읽은 것처럼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는데, 영상을 통해 함축된 인사이트를 얻어도 좋고, 재밌어 보이는 책은 직접 읽으면 된다. 나는 ‘너 진짜 똑똑하다’라는 유튜브를 즐겨보고 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데에 방해가 되는 생각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다. 책은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잘 읽어야 한다. 즐거움 또는 위로 같은 감정적인 효용이 있는 책이 있고, 삶에 대한 태도, 마인드를 건드려주는 책,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 있다. 그러면 거기에서 얻은 감정, 마인드, 정보를 어디엔가 꼭 써먹는다는 마음으로, 한 권을 읽더라도 정성스레 읽는다. 그 결과 내 삶에 적용할 것을 찾을 수 있다면 유사한 책 10권을 읽는 것보다 낫다.


나는 한 때 이 책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이 책이 좋아 보이고, 저 책 설명을 들으면 저 책이 좋아 보였다. 그래서 책을 읽는 속도보다 읽고 싶은 책이 쌓이는 속도가 더 빨랐다. 책을 많이 읽는 건 어차피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부터는 더 이상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추가를 하지 않고 원래 내가 읽기로 했던 책을 진득이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게 책 읽는 시간을 덜 조급하고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책 읽기에 적응이 되기 전까지는 한 번에 많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도 내려놓을 것을 권한다. 하루에 5페이지 읽기 정도로 계획을 세운다. 그러다가 책 내용이 끊기는 게 싫어서 한 챕터를 읽게 되고, 책 한 권을 읽게 되고, 마음에 새기거나 실천을 하기 위해 정리를 해두고 싶어 지고, 그렇게 다시 읽게 되고, 책 내용이 내 것이 되는 것이다. 늘 작은 목표부터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완독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아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지!' 생각하는 것보다는 목차를 훑어보고 흥미로워 보이는 것부터 발췌독을 하는 게 낫다. 한 권의 잘 쓰인 글 또는 책은 책 전체를 통틀어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일부를 읽고 핵심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면, 극단적으로는 책을 그만 읽어도 된다. 나머지는 부연이나 예시이거나 증명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그 많은 설명을 접하는 게 생각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좋지만, 책 한 권을 다 읽는 게 부담이라면 일부만 읽어도 괜찮다.


그 대신 하나의 메시지라도, 일부 내용이라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따로 정리를 해두어야 한다. 책을 조금만 읽더라도 행동양식이나 사고방식에 관해 내가 실천할 거리를 딱 하나 이상 찾아내겠다는 마음으로 읽으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고 ‘감사 일기를 써야지’ 생각하고 곧바로 실천한다든지,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주는 게 핵심이군‘ 생각하며 곧바로 다음날 회사에 가서 써먹는 것이다. 책의 핵심 메시지, 또는 책에서 추천하는 행동을 파악한 다음, 지금 이 순간부터 마음에 새기고 실천한다는 마음을 가지면 100권의 책을 생각 없이 읽는 것보다 이 한 권의 책이 주는 교훈이 훨씬 더 클 것이다.


마지막은 선택 사항이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등 채널을 통해 직접 책을 읽은 것을 소화한 내용을 정리하거나 나의 생각을 내비치는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것이다. 나는 책을 쓰면서 텍스트에 집중하지 못하던 버릇을 내려놓게 되었다. 내가 무언가를 생산해내려면 그만큼 많은 것들을 알고 있어야 하고, 세상에 나와 있는 정보가 무엇인지를 안 다음 내가 줄 수 있는 정보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스타그램, 북튜브 같은 것을 운영해보는 것도 좋고, 주기적으로 블로그에 독서 후기를 남기는 것도 추천한다. 구독자 수가 많지 않아도 요일을 정한다든지, 주기를 정해서 발간하기로 선언을 하면 또 거기에 맞춰서 책을 읽게 되어 있고 억지로라도 콘텐츠를 생산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면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 걸까?' 고민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콘텐츠를 참고자료 삼아 더 발전해나갈 수 있고, 책을 잘 읽는 것에도 자신만의 원칙이 생기고 효율이 올라간다.


책을 읽은 후 그 내용을 정리하여 생산해내는 이 과정을 선택사항이라고 말해둔 것은 책을 읽는 것에 아직 익숙해지지도 않았는데 덜컥 북스타그램을 만들어서 운영하다가 지쳐버려서 어느 순간 채널을 삭제하고 책을 더 안 읽게 될지도 몰라서이다. 책은 즐겁게 읽어야 한다.


이렇게 나는 책을 꽤나 잘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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