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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Jan 30. 2023

우리 엄마는 나를 잘못 알고 있는 듯?

차은우는 어쩌다 우리 엄마 눈에 띄었나

엄마는 한 번도 다른 누군가를 보고 ‘저런 딸, 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는 게 엄마의 원칙이었고, 나는 엄마 말을 온순하게 듣고 자랐기 때문에 딱히 나에 대한 불만도 없었을 것이다.


며칠 전 엄마는 차은우 같은 아들이라면 한 번 키워 보고 싶다고 했다. 물론 차은우 백 명과도 나를 바꾸지 않을 거라는 말을 덧붙였지만 전화나 카톡으로,

“차은우 얘는 멘탈이 뭐냐? 스타가 스타인 이유가 있다. 얼굴도 순정만화에 나오는 애들보다 더 귀엽고 성격도 긍정적이고 공부도 잘했다더라?“

한다. 웬일인가 싶어 웃겼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꼭 우리 딸 같어.”

라는데, 솔직히 잘못 알고 있는 듯?


엄마 말을 듣고 차은우가 나오는 몇몇 영상을 찾아봤다. 차은우는 귀염성도 있고 그의 일터인 화면 속에서 맨날 웃고 있지만(실제로는 어떤 힘듦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회사에서는 대체로 안 웃고 있다. 차은우는 외모, 성격, 실력, 지성, 재력 모든 걸 갖췄지만 나는 거기에서 몇 가지가 빠지고 대부분이 차은우 보다는 못하다. 솔직하게 말했다.


"근데 나는 차은우만큼 긍정적이진 않은데?

"그래, 요즘 좀 부정적이더라. 엄마 때문인가?"


내가 어릴 때부터 엄마는 예민보스인 엄마의 성격을 내가 닮을까 봐 걱정했다. 엄마를 닮은 면도 있고 안 닮은 면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엄마 탓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냥, 굳이 내가 아닌 존재에 잘못을 돌리자면, 먹고살기가 쉽지 않아서이지 엄마 탓은 아니다. 그런데 엄마는 내가 예민하고 날카롭고 부정적인 모습을 보일 때마다 엄마를 닮으면 안 된다고 했다.


언젠가 자식은 부모가 세상의 전부인 아기 때 평생 할 효도를 다한 것이며, 부모들은 평생 빵긋빵긋 웃고 당신들에게 의지하던 그 모습을 기억하면서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아마 우리 엄마도 그런가 보다. 어렸을 때 사진을 보면 하나같이 엄마가 너무너무 좋다는 듯 엄마를 보며 웃고 있다. 엄마의 그런 기억처럼, 나도 내 감정이 대체로 긍정이라고 생각하고 있긴 하다. 성인이 되고서 찾아온 사춘기로부터 겨우 되돌려 받은 긍정이다.


엄마가 또 하나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다. 무언가 못하다고 해서 그것이 나쁘거나 슬픈 일은 아니다. 차은우보다 전반적으로 못하다고 해서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차은우 보다 내가 좋다. 또한 그런 말도 안 되는 강한(?) 멘탈을 갖게 된 것은 엄마 덕이다. 엄마는 언제나 나의 자존감 지킴이였다. 내가 '와, OO는 진짜 예쁘다'라고 하면 그냥 나는 사실을 말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노발대발했다.

"왜! 쟤가 뭐가 예쁘냐! 우리 딸이 훨씬 낫지!"

그럴 때마다 '아니... 그냥 예쁘다고. 내가 못생겼다는 게 아니고 쟤가 예쁘다고...'라고 그 두 가지가 다른 것임을 알렸으나 엄마한테는 들리지 않는 모양인지 평생을 그렇게 대화하며 살아왔다. 엄마의 노발대발은 나도 모르는 새에 좋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성과 논리를 뛰어넘어(ㅋㅋㅋ) 절대 변치 않을 내 편이 있다는 사실이 줄곧 입력되고 강화되었을 테니까. 나는 이제 엄마의 정신을 잘 계승하여 스스로를 예뻐해 줄 정도는 약속할 수 있다.


근데 다음 생에 태어나면 차은우로 한 번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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