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져 내일이 변해가는 매일이 좋아
데이식스를 좋아한다. 거의 1년 동안은 데이식스 노래를 안 들은 날이 없을 정도였다. 잠깐 다른 노래들이 좋았다가도 결국 귀가(歌)본능이 일어 데이식스 노래들로 돌아온다. 참 희한하지. 청춘이나 사랑이나 그것보다 흔할 수가 없는 소재인데 데이식스 노래에서는 다른 느낌이 든다는 게.
내가 가장 처음 옴팡지게 빠졌던 노래는 Sweet Chaos라는 노래였다.
깨달았다. 그동안 칼군무돌을 보면서도 ‘대단하네~’ 생각만 했던 나는 몸보다는 악기를 쓰는 양반들을 좋아했구나. 내가 밴드 동아리를 해서 그런가, 아니면 내 안에 나도 몰랐던 시청각적 취향이 있었던가, 아무튼 좋다.
근데 이게 또 가사가 걸작이란 말이지. 사랑으로 인해 변하고 뒤바뀌고 질서가 무너지는,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의 정신없는 감각을 너무 적절하게 표현했다.
내가 살아왔던
세상이 너로 인해
뒤집어져 뒤바뀌어
Right is left
Left is right
나만의 모래성
너란 파도를 맞고
무너지기 시작해
나 어떡해 Help me
너 때문에 I'm losing control
It's a sweet chaos
니가 등장하면서부터
내 삶과 꿈 미래 그 모든 게
바뀌어
근데 기다려져 내일이
변해가는 매일이
좋아
미칠 정도야
It's a sweet chaos
널 알아가면 갈수록
내 취향과 패턴 그 모든 게
바뀌어
그런 나를 보면 Maybe
바보 같아 보일지
몰라
그래도 좋아
It's a sweet chaos
모든 게
불안해
But I like
‘근데 기다려져 내일이 변해가는 매일이 좋아 미칠 정도야’라니. 이게 참 뭐랄까. 과하게 풋풋한 가사랄까. 하지만 상대방에게 정신없이 빠져드는, ‘나머지는 어떻게 되든 좋아’ 하는 그 마음을 너무 알 것 같다. 나도 해봤다구! 그 시기를 지나 편안한 연애를 하고 있는 지금을 생각하면 그때의 연애는 사랑스럽고 풋풋하달까. 모든 게 불안하지만 결국 좋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정말 젊은이(?)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좋아하면서도 딴지 거는 것이 바로 나야.
상대로 인해 내 삶과 꿈, 취향과 패턴이 바뀌는 것이 좋을 때가 있고, 싫거나 이래도 되나 싶을 때가 있다. 연애 초반에는 좋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의심이 되기도 한다. 그 시기를 잘 지난 사람은 안정적인 사랑을, 그 시기에 다른 나를 찾은 사람은 열렬했던 사랑의 후반을 맞게 된다.
나 역시 그런 시간을 다 지났는데, 바뀔 뻔한 것은 다시 중심을 잡았고 그게 아닌 것은 사실은 나도 내심 원했던 것들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테면 주변의 시선 때문에 체면에 따른 행동의 제약을 두지 않는 것. 내가 남자친구에게 가장 감사한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내가 나의 중심을 잡도록 응원 아닌 응원을 해준 것도 남자친구였다.
그걸 고민하게 해주는 것 자체가 연애의 가치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연애의 가치를 따진다는 게 웃긴 일이고, 나 역시 남자친구가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불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심지어는 이별을 하고 나서 지난 연애의 의미를 꼽는다면 연애가 나를 알아가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진짜 사랑이 있다면, 이 사람 덕분에 내가 나를 더욱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피어나는 것이 진짜 사랑이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이 상대방으로 인해 변해가는 내 모습이 좋을 때 진짜 사랑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하는 거겠지.
변하지 않아야만 사랑인 것은 아니다. 변해가는 매일이 좋은 날이 지나고, 변해간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간 뒤에도 이 사람과 함께 하는 오늘이 가장 따뜻한 날일 때 사랑은 대체하기 어려운 것이 된다. Chaos를 Sweet 하게 느끼던 그때가 진짜 사랑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흐뭇해서 잇몸이 말라가는데 사랑이 아닐 리가. 그런 때가 있었으니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거참 열렬하구먼 젊은이! (라고 서른쨜 젊은이가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