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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Mar 07. 2021

침대, 매트리스만 둘까? 프레임을 살까?

남의 집에 살면서 나의 집을 꿈꿉니다


나비 커튼 설치



 제가 출근해있는 동안, 어머니께서는 나비 커튼을 예쁘게 달아주셨습니다. 나중에 커튼 봉의 위치를 수정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직접 커튼을 달려면 커튼박스(*)의 천장에 봉을 고정시키고 나사를 꽤 많이 박아야 했습니다. 딸의 예쁜 집을 위해 미켈란젤로가 천장 벽화를 그리는 마음으로 설치를 해주셨을 걸 생각하니 죄송하고 감사했습니다. 여러 모로 어머니는 대단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창문 크기만큼만 커튼을 치는 것을 생각했던 저는 벽 전체를 커튼으로 꾸미는 것은 생각도 못했는데, 한쪽 벽을 커튼으로 꾸미니 집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발코니 쪽으로 나가는 문 앞에는 암막 커튼을 달자고 제안하셨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해가 있을 때는 해가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햇볕이 쨍쨍해도 잠을 잘 수 있는 데다가, 암막 커튼을 치고 자면 말 그대로 수마에 잡혔다가 온 것처럼 훨씬 더 피곤한 기분이 종종 들었던 터라 발코니 쪽에는 커튼을 달지 않기로 했습니다. 안 그래도 게으른데, 햇볕이 들어오지 않으면 주말 내내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커튼 달기 전 모습
커튼을 설치한 후 모습

 이제 이렇게 예쁜 분위기에 맞는 가구를 갖추면 됩니다.



 가구 구매의 원칙



 옵션이 없는 집은 채워나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흰 도화지에 어떤 그림을 그리면 좋을지 설레는 것처럼, 혼자 사는 원룸 치고 충분히 넓은 집에 예쁜 인테리어를 내 맘대로 골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큰 가구를 들이는 것은 고민이 많이 됐습니다.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자가로 갈 때까지 쓸데없이 짐을 늘리지 말거나, 아예 포장이사로 들고 가서 십 년은 넘게 쓸 수 있을 만큼 마음에 쏙 드는 걸 사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은 이렇게 정신없이 이사를 하는 와중에 또 일을 벌여 수도권에 전세를 끼고 구입한 집이 있습니다. 강남 월셋집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그 집을 구매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2년 후나 4년 후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다양한 시나리오를 세우고 있습니다만, 전세금이 모이고 세입자가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 그 집으로 이사를 가는 시나리오가 유력합니다. 가구나 가전을 구매할 때에 월셋집을 어떻게 꾸밀까 생각도 했지만, 그 집을 떠올리면서 '그럼 이건 그 방에 두면 되겠지? 도배를 새로 할 거니까, 이런 느낌으로 해야지!'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침대와 옷장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사에 이미 큰 비용이 든 터라 가격에 관해 예민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고민이 많이 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떠올렸습니다.

 첫째, 나는 집순이이므로 월셋집을 아주 마음에 들게 꾸미고 싶다. 남의 집에서 잠깐 사는 거라고 해서 2~4년을 대충 살 생각은 추호도 없다.
 둘째, 애매하게 예쁘고 애매한 가격인 가구를 사서 애매하게 마음에 들어하다가 다음번에 또 다시 사느니 한 번에 충분히 마음에 들고 충분히 예쁜 것을 사야겠다.

 


체리 몰딩이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덜컥 가구를 구매하기에는 조화의 측면에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 있었는데, 체리 몰딩이었습니다. 메이플, 월넛, 체리는 같은 우드라도 느낌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신중히 생각했습니다. 가구만 놓고 보면 메이플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체리 몰딩이 떡하니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메이플을 들이자니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막상 체리로 사자니 그 자체도 크게 예뻐 보이는 게 없을뿐더러 다음 집으로 가져가면 안 어울리면 어떡하지 싶으니 더 어려웠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가장 큰 가구인 침대는 체리빛과 가까운 진한 우드톤으로 구매했고, 원래 있던 식탁은 체리빛인지라 두 가구가 전체적으로 중심을 잡아줘서 다른 것들은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매트리스만 둘까,
프레임도 살까?
...는 의미 없는 고민이었음을



 침대에 대해서는 매트리스까지만 둘지, 프레임까지 살지가 고민되었습니다. 원룸 인테리어를 찾아보면 프레임 없이도 예쁘게 잘 꾸민 집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레임을 안 사도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마음에 쏙 드는 게 있으면 구매를 하려고 열심히 찾아봤습니다. 옷장은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사려고 했습니다. 물건을 하나 살 때에는 사는 순간만큼이나 탐색의 과정을 즐기는 저는 밤잠을 설쳐가며, 누가 눈알을 마른 수건으로 닦는 느낌이 들 때까지 침대와 옷장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마음에 쏙 드는 침대와 옷장을 구매했습니다.

 프레임을 구매하고서는 프레임을 살지 말지 고민했던 것이 참으로 의미 없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후 비교



 침대 프레임을 설치한 후의 사진이 더 해사한데, 전후 사진은 각각 밤과 낮에 찍은 사진이라 차이가 있기도 하고, 필터 어플 사용 여부의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침대 프레임을 들인 후의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것이 필터 어플의 사용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1. 매트-매트리스-침대 프레임 3단 비교

1-1. 매트리스 없이 매트만 있을 때

매트리스 없이 매트만 두면 아무래도 허전한 느낌,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주변의 협탁이나 스탠드와 같은 물건을 놓기도 애매해지고, 매트리스나 침대 프레임이 있음으로써 가릴 수 있는 콘센트나 전선도 잘 드러나는 편입니다.

1-2. 매트리스만 있을 때

 저는 투매트리스를 구매했습니다. 그냥 그게 괜찮아 보였습니다. 다만, 매트리스 커버를 구하는 것은 일반 매트리스보다 어려웠습니다.

 확실히 매트만 있을 때보다는 안정적인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매트리스만 두니 생각보다 매트리스 커버가 정리가 잘 안 되었습니다. 게다가 매트리스만 두면 여름과 같이 날이 습하고 더울 때 매트리스 하단에 곰팡이가 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깔판을 깔아주거나 침대 프레임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1-3. 침대 프레임까지 있을 때

 저는 침대 프레임을 들이고 그야말로 대만족 했습니다. 침대 프레임이 예쁘기 때문에 그렇기도 했고, 확실히 침대 프레임이 있는 게 나았습니다. 물론 집이 좁은 경우에는 다소 답답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용이 가능하다면 침대 프레임이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완성도 측면에서 만족스러웠고, 훨씬 정리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혼자 살지만 조금의 돈을 더 들여 사이즈를 올리니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편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2. 옷장이 있는 상태에서 침대 프레임 설치 전후 비교

2-1. 매트리스가 있는 상태에서 옷장의 모습
2-2. 침대 프레임까지 있는 상태에서 옷장의 모습

 옷장도 얼마나 고민을 하다가 샀는지 모릅니다. 처음에는 튀어나온 손잡이 없이 무난하게 글로시하게 마무리된 판판한 옷장을 살까 했는데, 집의 가구나 분위기가 우드우드해서 글로시한 것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옷장은 도어와 사이드가 색상이 크게 다른 경우가 있는데, 저는 최대한 비슷한 것을 사려고 했습니다. 또한, 옷장의 높이가 생각보다 중요한데, 천장까지의 높이를 측정해보고 옷장을 사야 했습니다. 옷장을 설치할 때에 설치기사님들께서 도어와 사이드, 각종 부품이 해체되어 있는 옷장을 가져와 눕힌 상태에서 조립을 한 다음 옷장을 기울인 채로 운반하고 밀어 넣기 때문에 기울였을 때도 공간이 충분히 남아야 했습니다.

 옷장 그 자체로도 마음에 들지만 나란히 있는 서랍장이나 집과도 잘 어울리는 옷장이었습니다.


3. 침대 프레임 설치 전후의 모습

3-1. 침대 프레임이 오기 직전의 모습
3-2. 침대 프레임 설치 직후의 모습


4. 침대 프레임이 마음에 들어서 정성스럽게 후기를 남기려고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사진들


5. 마지막 침대 프레임 설치 전후 파노라마샷 비교

5-1. 침대 프레임 설치 전
5-2. 침대 프레임 설치 후

 이제 와서는 가구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면 인간의 역사가 이어지는 내내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들고 또 구매했겠나 싶습니다. 그걸 생각해보면 침대 프레임을 놓는 것이 당연히 미적으로 만족할 만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집순이 기질이 강해서 집과 가구에 더 신경을 쓴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예산을 더 많이 들일 의지가 있었습니다. 비록 비용이 작지 않게 들었지만 그 덕분에 쓸데없는 것에 지출을 줄이고 편안하게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으니 그걸로 되었다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내 집을 벽지와 바닥부터 내 맘대로 꾸미면 얼마나 즐거울까 싶기도 하고요.


 큼지막한 가구는 다 들였고, 오늘의집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수천 번도 더 샀다 취소했다 한 소품들을 들일 차례입니다.




(*) 커튼박스: 벽 쪽에 커튼을 치기 위해 천장과 단차를 두어 만들어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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