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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Mar 14. 2021

수도권 아파트 노룩(No-Look) 가계약

수도권에 집을 사야 하는 숙명이란


집을 알아보기 가장 좋은 곳은
아는 곳입니다



 집을 볼 때에는 아무래도 몸소 살았던 곳을 둘러보는 것이 가장 쉽습니다. 직접 살아보면 같은 동네라도 어떤 아파트가 좀 더 위치가 좋은지, 주변 시설이나 문화 공간은 어떤지 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타지 사람이 와서 보기에는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거나, 지도 어플에 나오는 그 이상의 정보가 있을까 싶지만 거주를 하면서 생기는 시야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월세 계약을 파기하고 강남 월세로 들어가기 전 어머니와 저는 인천 이모 댁에 머무르고 있었고, 일주일 정도 얹혀살면서 인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천 지하철 노선도



우리 모녀의 평범한 대화



 

 며칠 동안 자기 직전까지 부동산 어플을 보면서 주변 아파트의 시세를 알아보고 후기를 찾아봤습니다.

 "엄마, 나는 이 근처에서는 이게 괜찮아 보이는데?"

 "몇 년 된 건데?"

 "뭐 오래됐지. 그래도 단지 모양이 반듯반듯하고, 교통도 좋고, 주변에도 쇼핑몰, 백화점 등등 뭐가 많은데, 들어가서 살다가 재건축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얼만데?"

 "4억...?"

 "안 돼. 네 소득에 4억이 되냐? 우리 계산 다 끝내 놨잖아. 지금 수준에서는 3억 전후가 최선이라고. 그리고 재건축은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거야. 그거 기다리는 거 쉬운 일 아니야."

 "새로운 지하철도 들어온대."

 "지하철 소식 있는 거면 가격 반영도 어느 정도 됐을 거야. 투기가 아니고 실제로 살려고 하는 거잖아. 예산이 많으면 이런 말 안 하지. 가장 중요한 건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아닌지야. 잘못하다가 크게 다쳐."

 저는 실질적으로 회사까지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머니께 수도권 광역 철도 건설 계획과 노선을 공유하며 이 정도 지역이면 좋겠다, 여기는 안 된다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출근해 있는 동안 어머니와 이모는 함께 부동산을 방문하셨습니다. 이모가 사시는 동네의 부동산도 가보고, 지하철 노선을 따라 다른 동네의 부동산도 가보셨어요. 며칠 동안 제가 회사에 다녀오면 어머니는 부동산 소장과 나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우리 모녀는 이모가 사시는 아파트 다른 호실을 매매하면 어떨지, 또는 산책할 때에 어머니가 관심을 가졌던 아파트를 매매하는 건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부산 전셋집을 정리하고 서울 월셋집을 구하는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도 주택 매매의 새로운 꽃이 피어나게 된 계기였습니다.



엄마랑 대판 싸우고
인천 아파트 노룩 가계약했습니다

 오후 반차를 내고 오랜만에 만난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월세 계약 파기를 하던 날 예정되어 있던 데이트를 취소하고 며칠 째 계속 못 만나다가 오랜만에 만난 것이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였습니다.

 "부동산인데, 문자로 계좌 보낼 거니까, 가계약금 100만 원 부쳐."

 엄마가 뭔가 또 좋은 집을 알아본 모양이었습니다. 저도 가서 보고 싶었기 때문에 통보를 해버린 어머니와 한판 다투긴 했는데, 아무튼 어쩌겠습니까. 엄마의 판단이 의미 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아파트에 100만 원을 가계약금으로 부쳤습니다.




* 본 브런치북은 내용을 상당 부분 보충하여 동일한 이름의 도서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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