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집을 사야 하는 숙명이란
이 집을 무슨 돈으로 살 작정인 거지?
강남 빌라로 이사를 한 며칠 후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부동산 소장이에요~ 자금조달계획서를 작성하고 있어요~"
소장님 특유의 나긋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소장님 말씀은 투기과열지구에 집을 구매할 때에는 자금조달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니 필요한 자료를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계약금으로 일부를 지불했으며, 전세 보증금이 매수인인 저의 통장으로 들어갈 것이고, 갖고 있는 예금 통장에 근로 소득을 통해 누적된 잔고가 이만큼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이 집을 무슨 돈으로 살 작정인 거지?'라는 의문에 대해 답을 하고 증명을 하라는 것입니다.
원래는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이라도 3억 이상 주택에 대해서만 자금조달계획서를 작성하면 되었는데, 법이 개정되어 주택가액과 무관하게 자금조달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자금 출처랄 게 있나요. 근로소득과 빚이지요. 그리고 이 아파트는 전세금으로 주택가액의 82%를 채운 상황이고요.
증빙자료로 통장 사본을 말씀하시길래 당황스러웠는데, 모든 것을 모바일로 해결하는데다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에 잔금을 넣어두었기 때문입니다. 소장님께서 통장잔고 등을 캡처해서 보내주면 pdf 파일로 만들어서 제출해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게 될까 했는데 다행히 더 이상의 서류 제출 없이 자금조달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너그러운 집주인
이제 잔금만 치르면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또 전화가 왔습니다. 전세입자가 대출을 신청하는데, 은행에서 전세를 승계하는 상황이라면 새로운 집주인에게 전세금이 들어가게 하는 게 좋겠다고, 저를 임대인으로 전세자금대출을 실행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계약서를 다시 작성했으면 하는데 괜찮겠느냐는 연락이었습니다.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방문해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전세입자와 은행의 편의를 위해 인천에 다시 가는 것이지요. 금쪽같은 반차를 쓰고 어머니와 함께 인천에 갔습니다.
월세, 매매, 전세 계약서까지 통달해버렸다
약속 시간이었던 오전 10시 30분,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도착했습니다. 전세 계약서를 새로 쓰고, 전세자금대출이 실행되는 당일에 매매 잔금까지 치르는 것으로 매매 계약서도 새로 작성했습니다. 며칠 동안 월세 계약서, 매매 계약서, 전세 계약서까지 모든 것을 몇 번째 쓰고 있는지 이제 눈을 감고도 공란에 뭘 써야 하는지, 도장의 위치가 어디였는지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전세자금대출이 가능한지는 미리 알 수 있다고 했고, 전 집주인에게 지불된 전세계약금 영수증은 '매수자와 전세계약에 따른 보증금 중 계약금으로 인정함'이라는 메모를 추가하여 저와 집주인과 전세입자의 도장을 찍었습니다. 계약일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했을 때 집에 잡혀있던 근저당권 설정이 당일 기준으로 열람했을 때는 말소되어 있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확인하실 게 더 있으면 말하라는 소장님의 말씀에 물끄러미 계약서를 확인하다가 찝찝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근데 계약 날짜가 매매 계약서는 12월 31일이고, 전세 계약서는 12월 24일로 되어 있는데, 전세 계약보다 매매 계약일이 앞서 있는 건 괜찮나요?"
저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아, 그러네...? 그래도 되나?' 하는 반응이었는데, 곧 소장님께서 승계를 조건으로 한 계약이었고, 사전에 합의가 되어있으면 괜찮다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알겠다고, 워낙 설명을 잘해주셔서 다른 궁금한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월세 계약 파기로 생긴 교훈을 새기며 이번에도 모든 내용은 녹음을 해두었습니다. 한 번 계약을 한 것을 바꾸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취득세와 등기에 관한 법무 비용 등은 1.5% 수준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3백 만원을 준비해두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며칠 후, 은행인지 법무법인인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전세자금대출 내용을 확인하고 해당 내용을 문서화한 채권양도계약서를 통지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채권양도계약서는 임차인인 전세입자가 임대인인 저에 대하여 가지는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을 기관, 즉,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양도한다는 내용입니다. 며칠 뒤 채권양도계약서가 회사에 등기로 도착했습니다. '오호, 별 걸 다 받아보는구만' 하고 계약서들과 함께 잘 보관 해두었습니다.
또 며칠 뒤에는 잔금일에 만나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 이전을 맡아줄 법무사 사무장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알려줬습니다.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서류 및 준비물
(괄호 안은 발급 가능처)
- 주민등록등본 (민원24, 주민센터(동사무소), 무인민원발급기*)
- 가족관계증명서(상세) (대법원 홈페이지, 무인민원발급기)
- 소득금액 증명원 (민원24, 국세청 홈택스, 주민센터(동사무소), 무인민원발급기, 세무서)
- 매매계약서, 신분증, 도장
* 무인민원발급기는 기기에 따라 발급 가능 서류의 종류가 달라질 수 있음.
이제 금쪽같은 반차는 잔금일에 한 번만 더 쓰면 됩니다.
* 본 브런치북은 내용을 상당 부분 보충하여 동일한 이름의 도서로 출간되었습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