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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Mar 18. 2021

1억이 통장을 스쳐가네~ 우워우워~

수도권에 집을 사야 하는 숙명이란


잔금일에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어요



 드디어 잔금일이 밝았습니다. 잔금을 치르려고 부동산에서 전세입자, 매도인인 전 집주인, 매수인인 저, 소장님, 전세 중개 소장님이 모두 모였습니다. 수월하게 진행되는가 싶더니, 사무장님이 전 집주인에게,

 "인감도장이 이게 아닌데요?"

 라고 했습니다. 남편의 인감도장을 잘못 갖고 온 것이었습니다. 인감증명서에는 한글 인감이 찍혀있었는데, 가져온 인감도장은 한문으로 된 것이었습니다. 전 집주인은 당황하며

 "어어.. 이미 이삿짐을 다 싸버렸는데?"

 라고 말하고는 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 지금 갈테니까, 혹시 도장같은 거 있나 찾아봐."

 다행히 부동산중개사무소와 집이 가까워서 직접 찾으러 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집주인이 인감도장을 찾으러 간 동안 저도 평소에 하지 않던 멍청한 행동을 한 것을 수습했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일반'과 '상세'(*)가 있는데, 사무장님이 보내준 문자에 '가족관계증명서'라고 되어 있는 것만 보고 '상세'가 아닌 일반'으로 뽑아갔던 것입니다 심지어 당일 아침에 '철저하게 준비해야지'라고 생각하며 주민등록등본은 초본도 뽑고, 주민등록번호가 있는 것, 없는 것을 다 출력했는데 말이죠. 부동산중개사무소 근처 주민센터에 가서 가족관계증명서(상세)를 발급 받았습니다. 덕분에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웬만하면 '가족관계증명서(상세)'를 준비하면 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1억이 통장을 스쳐갑니다



 도장도 잘 찾아왔고, 서류도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동그란 테이블에 모여 앉아 돈을 주고 받으면 끝납니다. 일일 이체한도를 1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올리고 대기를 했습니다. 저는 계약금을 제외한 잔금 1500만 원을 준비해두었고, 전세금은 1억 4천만 원이었는데, 전세계약금이었던 7백만 원은 집주인의 계좌로 이미 들어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10시 반쯤 전세입자가 신청한 전세자금대출 8천만 원이 입금되었고, 전세입자가 추가로 저에게 5천3백만 원을 본인의 계좌에서 이체해줬습니다. 저는 계약금을 제외한 전세금 잔금에 해당하는 1억 3천 3백만 원을 먼저 집주인에게 1억 원과 3천 3백만 원으로 나눠 이체하고, 매매의 잔금인 1500만 원을 이체했습니다. 찰나였지만 통장에 1억 원이 있는 모습은 처음이라 신기한 마음에 캡처도 해뒀습니다. 이어 취득세와 법무비용으로 260만 원 정도를 법무사 계좌로 이체하고, 아파트 선수금(**) 12만 원을 집주인에게 이체했습니다.

 통장이 탈탈 털렸습니다. '1억이 통장을 스쳐가네~ 우워우워~'라는 가사에 얄궂은 멜로디가 붙은 얄궂은 노래가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대한민국 땅에 내 집이 두 채가 있는데 '집이 진짜 있긴 한 거지?' 싶은 우스꽝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닭장같은 아파트, 뭐가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든든했습니다. 내 집 두 채 중 어디에도 살지 못하고 월셋집으로 가는 것도 좀 묘한 기분이 들었고요.


 소유권 이전 등기가 완료 되면 등기권리증은 회사로 받기로 하고, 관련 비용에 관한 영수증을 받았습니다. 전 집주인과 전세입자와는 적당한 덕담을 주고 받은 후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이제는 이 거래 건도 끝난 줄 알았습니다만, 이대로 끝난다면 그 유명한 말이 왜 있겠나 싶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본 브런치북은 내용을 상당 부분 보충하여 동일한 이름의 도서로 출간되었습니다:)


(*) 가족관계증명서 일반/상세: 본인의 등록기준지, 성명, 성별, 본, 출생연월일 및 주민등록번호가 나온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일반'의 경우 부모와 배우자, 생존한 현재의 혼인 중의 자녀에 관한 사항까지 나오는 반면, '상세'는 부모, 배우자, 모든 자녀에 관한 사항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러 증명서에서 일반과 상세를 구분하고 있는데, 개인정보보호의 차원이라고 하며, 실질적으로 거래 시에는 거의 대부분 '상세'가 쓰인다고 합니다.

(**) 아파트 선수금: 입주 전에 아파트를 관리하고 관리비의 체납을 막기 위해 미리 확보해두는 관리비입니다. 매도인이 관리실에서 선수금을 받아 나가고, 매수인이 관리실에다가 선수금을 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절차를 간단하게 하기 위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바로 선수금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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