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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Mar 17. 2021

아파트 가격이 낮다는 것의 의미

수도권에 집을 사야 하는 숙명이란


엄마도 알아버린 통근러의 고뇌



 인천에 계약서를 다시 쓰러 가는 날, 어머니도 같이 가는 거라 택시를 타고 가려 했는데, 어머니가 4년 후에 입주하면 어떤 출퇴근길이 될지 지하철을 타고 가봐야겠다며 지하철을 타자고 하셨습니다. 계약서를 다시 쓰고 서울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 어머니께서는 왠지 생각이 많아보이셨습니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왔다갔다 해보시더니,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 같았습니다.

 "이건 아닌 것 같아... 서울은 웬만하면 다들 1시간 넘게 지하철 타고 출퇴근 한다고 듣긴 했지만, 너무 힘들 것 같은데."

 "필요할 때는 몸테크도 해야지."

 "그건 그렇지. 그래도 직접 해보니까 할 일이 못되는 것 같은데. 딸내미가 이렇게 먼 길에서 다닌다고 하면 마음 쓰여서 잠 못 잘 것 같아. 우선은 하나 사놨으니 안심은 되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 집에 안 들어가고 다른 집을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겠다."

 "세금이 엄청날텐데?"

 "세금을 내더라도 좋은 위치가 있으면 따져봐야지. 그리고 세금은 차익에 대해서 내는 거니까 차익이 크지 않으면 괜찮아."

 "지금은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이 있으니 다행인 거고, 시나리오는 다양할수록 좋지. 재밌겠다."

 "거봐. 지 빼놓고 엄마 혼자 알아봤다고 그렇게 난리 치더니, 하나 사놓으니 안심 되지?"

 "아우, 또 시작이야. 결과를 갖고 말하는 게 아니고 과정을 갖고 말하는 거잖아. 내가 처음부터 직접 보고 가계약 했으면 더 좋았지!"

 또 투닥투닥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왜 이렇게 가격 변동이 없었지?



 저는 투자에 관한 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집 값이 반토막 날 수도 있다', '내 아파트만 빼고 다 오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 만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집에 평생 산다고 해도 살 수 있는가?' 등등을 생각해봅니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면 준비를 할 수 있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고, 무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장님께 추가로 더 여쭤봤던 중요한 사안이 있었습니다. 아파트의 가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왜 이렇게 가격 변동이 없었던 건가요? 싸기도 하고요."

 제가 사게 된 아파트의 현재 가격은 10년 전 가격과 동일했습니다. 올랐다가 떨어진 것도 아니고, 변동성 없이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왔습니다. 아파트의 가격이 다른 동네에 비해 낮다는 것은 상승의 여력이 있다고 해석이 되기도 하지만, 이 집은 안 오른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물어본 것이었습니다.

 "십 몇 년 전에 한 번 이 아파트가 있는 블록 전체가 크게 묶여서 개발 될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무산되면서 블록의 모든 집이나 건물이 개별적으로 지어졌어요. 그러다보니 이해관계자가 많아지고, 개발을 하기가 어려운 분위기가 된 거죠. 그래서 가격 변동이 없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앞으로도 오르기 어렵겠네요."

 "아무래도 다른 곳보다는 덜 오를 수 있죠."

 소장님의 말씀을 듣고 전반적으로 집값이 떨어질 때에는 방어가 가능하지만 상승의 추세에서는 속이 쓰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는 부침이 늘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만약에 끊임없이 집값이 올라버리는 최악의 경우엔 여차하면 평생을 여기에서 살 정도의 각오를 했습니다. 이 집의 유일한 단점은 회사에서 조금 멀다는 것인데,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입니다. 서울에 더 가까워질수록 집값은 비싸지기 때문입니다. 이 집은 회사와의 거리와 투자의 측면 이외에는 만족스러운 곳이었습니다. 역에서 가깝고, 조금만 나가면 번화가이기도 했고, 주변 건물이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방도 세 개인 아늑한 곳이었습니다. 지금 소득 수준에서는 1억 7천만 원 정도면 만족스러운 수준의 가격이었습니다. 거래가 잘 안 되는 곳도 아니고, GTX의 수혜와 완전히 동 떨어지는 곳은 아니니, 실거래가가 올라가진 않더라도 최소 전월세라도 잘 나갈 거라는 생각도 했고요.

 저는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집을 사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유리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또한 거래 과정을 통해 배운 것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배움에 대한 비용이 나갔다고 생각할 수 있는 침착함을 갖추려고 합니다. 저도 사람이다보니 다른 곳이 많이 오른 걸 보면 가슴이 아프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지금 수준에서는 최선의 행동을 했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소장님도 힘을 주셨습니다.

 "어린 나이에 집을 두 채나 사보신 거잖아요. 분명 좋은 경험이에요. 남들은 평생에 한 번도 못하는 사람도 많아요. 집값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요. 다만, 이렇게 어릴 때 경험을 해보셨으니 그렇게 점점 올라가면 되는 거예요."




* 본 브런치북은 내용을 상당 부분 보충하여 동일한 이름의 도서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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