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잘 사는 진리 Mar 15. 2021

그 유명한 갭 구매, 제가 한 번 해봤습니다

수도권에 집을 사야 하는 숙명이란


노룩(No-Look) 계약한 집,
드디어 룩(Look)하러 갑니다.



 약속을 잡고 집을 보러 갔습니다.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나온 팀장이 안내를 해줬습니다. 팀장이 집의 벨을 누르고 '아까 엄마한테 전화 받았죠? 부동산에서 왔어요~'라고 하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강아지를 안은 채 문을 열어줬습니다. 집은 복도식 아파트였습니다. 거실과 주방, 화장실이 하나씩 있고, 방 세 개에 발코니가 꽉꽉 차있었습니다. 노을이 질 무렵 발코니 창 너머로 보이는 스카이라인이 높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회사까지의 거리는 1시간 반 정도였습니다. 몸테크라고 생각하고 다닐 만한 거리입니다.



서류 확인하기



 집을 둘러본 후 계약서를 쓰러 부동산중개사무소에 갔습니다. 집주인이 오기 전 부동산중개사무소장님이 이것저것 서류를 확인시켜주셨습니다. 계약서는 이렇게 쓸 거고, 건축물대장은 이렇고,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면 1억 가까운 금액에 대해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데, 그건 집주인이 말소를 하고 잔금을 치를 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집은 부부의 공동소유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을 설명해주셨습니다. 계약일 기준 일주일 전에 전세계약이 되어 있고, 저에게 그 전세 계약이 승계되는 내용으로 매매 계약을 한다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갭 구매였습니다. 매매가 1억 7천만 원에 전세보증금은 1억 4천 만원이며, 저는 매매 계약 때에는 3천만 원만 내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4년 정도 돈을 열심히 모아서 전세입자에게 보증금으로 내주고 인테리어를 한 후 입주할 생각이었습니다. 친절하게 설명을 마치신 소장님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다 물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차분하게 설명을 잘해주시는 데다가 그 과정을 즐기시는 듯 보였습니다. 저는 냉큼 궁금한 것을 여쭤봤습니다.



취득세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우선은 취득세 문제를 문의했습니다. 저는 이미 아파트를 한 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아파트가 비록 1억에서도 한참 모자란 6500만 원짜리 지방 도시의 소형 아파트이긴 했으나, 1주택을 소유한 상태에서 집을 사는 것이었기 때문에 취득세를 알아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1%의 취득세를 적용받을 거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소장님은 문제는 아마 아파트를 팔 때의 양도소득세가 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고객님은 갭 투자를 하시는 게 아니라 전세 보증금이 마련 되면 들어와서 사실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테지만, 보유 기간이나 거주 기간에 따른 불이익에 관해서는 꼭 알아보세요. 요즘 세법이 너무 복잡해서 저도 잘 말씀드리고 싶은데, 세무 상담을 받아보시는 게 좋아요."

 라는 추가적인 조언도 들었습니다.

 집의 손상에 대한 책임 범위도 물어봤습니다. 집에 갔을 때 아이용으로 설치한 침대와 베란다의 데크를 철거하기로 했다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확실히 해두고 싶었습니다. 소장님은 소유권이 넘어간 이후에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하자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은 전 집주인에게 손해배상의 책임(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하자는 집의 기능을 해치는 경우, 즉 누수나 곰팡이와 같은 문제에 해당한다고도 말씀해주셨습니다.



전세 잔금과 매매 잔금 일정 조정



 집주인은 약속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습니다. 저도 어머니와 갔고, 집주인도 본인의 어머니와 왔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집주인 부부와 계약 당일 나온 여성분의 어머니가 각각 다른 호실에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집주인 부부는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갈 계획이라 잔금 시기가 문제가 되었는데, 집주인은 전세대출이 실행되는 날 잔금을 받고 싶다고 했고, 저는 안전하게 전세대출이 실행되고 며칠 뒤에 진금을 치르고 싶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전세대출이 실행되자마자 당일에 집의 주인이 바뀌면 전세자금대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집주인이 오기 전에 소장님이 이미 저에게 그렇게 할 거라고 이야기해주셨던 부분인데, 갑자기 변동이 생겨서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집주인이 말했습니다.

 "아니, 저희도 이사 갈 집에 그날 잔금을 치르기로 했어요. 같은 날로 해주세요."

 슬그머니 녹음 어플을 켰습니다. 모든 것은 계약서에 명시가 될테지만 서울대입구역 월세 계약 파기 과정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에 혹시라도 문제가 생겼을 시 계약 당일에 취했던 입장을 분명하게 확인해두기 위해서였습니다. 집주인이 남편과 확인을 해보시라며 소장님께 전화를 넘겼습니다. 남편은 외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해서 통화가 안 되는 건 아닌가 했는데, 저녁 시간이어서 그쪽은 오전에서 낮쯤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남편되는 분이 상황 설명을 들으시고는,

 "네, 그렇게 해주시면 됩니다."

 라고 하셔서 원래대로 전세대출을 거친 전세 잔금이 매도인인 집주인 계좌로 들어가고 4일 뒤에 매매 잔금을 치르는 것으로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제가 치르는 잔금은 계약금 제외 1500만 원 수준이었고, 전세 승계에 관한 내용이 특약사항에 분명히 기재된 계약서를 잘 쓰고 그 자리에서 가계약금을 제외한 계약금을 부치고 영수증을 받았습니다. 집주인이 말했습니다.

 "저희 그 집에서 좋은 일만 있었어요. 잘 사신 거예요."

 80만 원 정도의 부동산중개수수료도 이체했습니다. 매매계약서와 전세계약서 사본, 건축물 대장 서류와 계약금 영수증을 받아들고, 다음에 준비해올 서류 목록을 적은 것을 받아다가 어머니와 함께 이모 댁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잔금을 치르러 한 번만 더 오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영끌의 유혹을 견딘 멘탈을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커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전 14화 수도권 아파트 노룩(No-Look) 가계약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